시낭송대회 출전시

강서 고분 벽화/ 이인석

시요정_니케 2022. 12. 20. 21:44

강서 고분 벽화/ 이인석

문을 열어라
맥박 치며 육박해 오는 이 생명은 무엇인가
내 안의 어느 깊은 곳에 굳게 닫힌 성문을
이처럼 줄기차게 뒤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연연 누천년..... 은밀히 묻혀 있던
우리 본연의 모습을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

청룡 백호와 괴수들이
주홍빛 입으로내뿜는 숨소리에서
봉황과 주작이 푸드득거리는 나래짓에서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
창궁과 광야를 주름잡아 비약하던 사나이들이
호랑이와 괴수를 강아지처럼 애무하던 사나이들이
살았었다는 것을
누구였던가를

석벽에서 생동하는
강인하고 거침없는 선과 선은
웅혼한 역사의 흐름.....
수양제의 백만 대군을 도륙하던 슬기와 용맹이
대륙을 제패하던 위업이
여기에 양양하게 흐르고 있다.

그것은 강이
그것은 율동
그것은 호연한 기상
발랄하고 청신한 정서
바로 그것은 눈부신 생활.....

우뚝 우뚝 솟은 기암을 에돌며
굽이쳐 흐르는 주옥의 물결
맑은 아침 햇빛 속에 노루와 사슴들이
불로초 그늘을 넘노는 이 터전은
본시 무릉도원이런가
비선emf(flying angels)이 청조(biue birds)를 멍에하고
운산(mountain wrapped in clouds)을 날아 넘는다.

가벼운 옷자락을 미풍에 나부끼며
꽃잎의 맨발로 구름을 헤쳐 날으는
피리부는 여인이여
어느 오묘한 가락 있어
산천초목과 짐승마저 황홀케 하였는가
붉은 천도(red mythical peaches)를 따는 선녀여
어느 영원의 문 앞으로 손짓하려는가.

그것은 환희
그것은 사랑
그것은 현묘한 조화
다함 없는 아름다운 꿈
바로 그것은 무한한 가능.....

문을 열어라
우리의 피와 핏속을 질주하는
고구려의 모습을
오늘에 살아서 맥박 치며 육박해 오는
찬란한 생명을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