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대회 지정시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신석정
시요정_니케
2020. 12. 2. 15:52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신석정
피 묻은 발자욱이사
새삼 돌아볼 겨를도 없다.
아아라한 만첩청산을
만첩청산을 굽이돌아
철 철 철 흘러가는
저 푸른 강물을 보리로다.
가슴 깊이 간직해 둔
눈물겨웠던 이별 또한
구름과 더불어 왕래하는
구김살 없는 저 학두루미의
학두루미의 노래에 부쳐
하늘 멀리 보내도 좋으리라.
다만 오는 날을 위하여
벅찬 설계를 가다듬어야 하거늘
오염된 문명을 믿을 수는 없다.
그 문명 속에 허덕일 수도 없다.
소슬한 솔바람 소리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리라.
별들의 참한 이야기
잇따라 들려오고
꽃그늘에 오고가는
너그러운 햇살이 지키는 속에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우리 부신 꿈과 생시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