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송이야기/詩

봄, 이성부

시요정_니케 2024. 3. 11. 11:38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ㅡ시집 《우리들의 양식》 1974.



이성부 시인은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1942년 1월 22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2012년 2월 28일에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광주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5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바람' 당선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참여시인으로서 사회반영적 주제를 많이 다루어 참여문학 계열의 작가로 분류되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서정성을 놓지 않고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표시로는 '벼'와 '봄'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와 수능특강 교재 등에 실려 있으며, 2001년 제9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2007년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시부문, 2010년 제18회 공초문학상, 2011년 제24회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우리들의 양식>, <지리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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