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사전이 놓친 장음] ― ‘장음에 대한 예의’

시요정_니케 2023. 6. 12. 08:11

[사전이 놓친 장음] ― ‘장음에 대한 예의’

“예(禮)”는 ‘예도 예, 예우할 예, 예물 예’라는 여러 의미를 지닌 말이다. 『漢韓大字典』(1605면)에 따르면, “예(禮)”는, 상성(上聲)으로 장음이다. 일반적 ‘한국어 사전’에서는, 모두 단음으로 발음하라고 지시한다. 오류다. 상성과 거성은, 장음으로 발음되는 말이다. 그러나 『표준 한국어 발음 사전』에서는, 장음이라고 정확하게 적어놓았다.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발음 사전’을 찾아보는 이들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실은 ‘발음 사전’이 있다는 걸 아는 이들도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상성으로서의 장음인 “예(禮)”는, 다음과 같이 모두 길게 발음해야 한다. “예ː배[禮拜]”, “예ː배당[禮拜堂]”, “예ː배보다[禮拜보다]”, “예ː배일[禮拜日]”, “예ː복[禮服]”, “예ː불[禮佛]”, “예ː불드리다[禮佛드리다]”, “예ː식[禮式]”, “예ː식장[禮式場]”, “예ː우[禮遇]”, “예ː의[禮義]”, “예ː의[禮儀]”, “예ː의범절[禮儀凡節]”, “예ː절[禮節]”, “예ː조[禮曹]”, “예ː조판서[禮曹判書]”, “예ː찬[禮讚]”, “예ː찬론[禮讚論]”, “예ː판[禮判]”, “예ː포[禮砲]”.

① “소나무에 대한 ‘예ː배[禮拜]’” (황지우, 「소나무에 대한 예배」, 제목).

② “나는 ‘예ː배한다[禮拜한다]’/ 우리의 생은 침묵/ 우리의 죽음은 말의 시작” (정현종, 「나는 별아저씨」, 3연 5~7행).

③ “그 옆에 은박지 같은 ‘예ː배당[禮拜堂]’이 있었지/ 틀린 기억이어도 좋아” (기형도, 「성탄목―겨울판화·3」, 3연 10~11행).

④ “남의 ‘예ː식[禮式]’이지만 나는 그에 맞는 ‘예ː의[禮儀]’를 보이려고 했다” (림태주, 「어머니의 편지」, 4연 부분).

⑤ “읍내 예ː식장[禮式場]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송찬호, 「찔레꽃」, 1연 ~행).

⑥ “허공의 빈 나뭇가지처럼 아빠는/ 울고 있다만 딸아/ 너는 무심히 ‘예ː복[禮服]’을 고르고만 있구나” (오세영, 「딸에게」, 2~4행).

⑦ “새벽‘예ː불[禮佛]’ 모시는데 오늘따라 등꽃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 것입니다.” (박규리, 「치자꽃 편지」, 1연 부분).

⑧ “넝마에게도 ‘예ː의[禮儀]’는 차리겠다” (복효근, 「콩나물에 대한 예의」, 16행).

⑨ “느티나무가 아니라면 ‘예ː의바른[禮儀바른]’ 그 애가/ 그런 실례를 할 리 없었을 것이다” (이상국, 「느티나무 아래서」, 5~6행).

⑩ “위패도, 영정도, 리본도,/ 망자에 대한 ‘예ː우[禮遇]’도 없이/ 무너진 가슴 무심히 지르밟던/ 이것이 당신들의 수준이었다” (김의곤, 「추모의 정석」, 4연 1~4행).

⑪ “음식이 먼저 이야기다/ 그것이 엄마의 ‘예ː절[禮節]’이다” (나태주, 「엄마의 예절」, 5연 3~4행).

⑫ “수다 ‘예ː찬[禮讚]’” (김기택, 「수다 예찬」, 제목).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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