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가]도경원
연습 없이 낭송할 수 있는 시가 50여편 되신답니다.
아들을 보내면서 / 시, 낭송 : 도경원
너의 몸이
재가 되어 흩어진 그곳에
눈이 녹고 얼음이 풀려
앙상한 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걸 보고
너의 넋인가 하였니라.
긴 날
풀벌레 울고 햇살 따가운 계절의
그 푸르름은
마치 네가 꾸었을 꿈인 듯싶더라.
잡는 이 없어 가는 세월속에
찾아드는 외로움
울다 지쳐 붉게 멍든 숲에서
너는 흐느끼고 있었더냐?
네 눈물인 듯 방울지는 가을비를 맞으며
나도 울었니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긴 밤이 무서워
너는 바람 소리로 우는구나!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너는 거기에서 울고
나는 여기에서 바람 소리로만 찾는구나!
내 몸을 태워 덥혀 라도 주었으면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만이라도...
* 아들아이는 고등학교 2한년 때인 95년2월9일 하교 때 교문 앞에서 신호를 무시한 버스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육신은 한줌 재로 고향에 있는 절 옆 숲에 뿌려졌습니다.
샛별처럼 빛나던 두 눈을 누군가에게 남긴(안구기증)채로...
다시는 이와 같은 아픔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詩를 아이의 영전에 전합니다.
* 이 詩는 그 일이 있은 후 수년 동안을 광인처럼 울며 헤매고 다닐 때 썼던 詩입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사무치게 느껴지는 아픔 때문에 해마다 그 날이 오면 신열을 앓고 어떤 날은 사고가 일어났던 오후 그 시간쯤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렵습니다.
시를 쓰고 시낭송을 하는 것으로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견뎌낼 수가 있습니다.
출처
http://m.ihansung.co.kr/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