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받은 사진과 문장] ㅡ '리듬 혹은 프로조디'
[카톡으로 받은 사진과 문장] ㅡ '리듬 혹은 프로조디'
"흐린 뒤 흰구름은 삶아둔 행주같다."
머리에 쏙 들어오는 문장입니다. 리듬감이 있기 때문이죠. 이 문장은, [ㅎ]이 세 번 반복되며 리듬이 생성됩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의 반복은,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입니다. 'ㅎ'의 반복은 물론 세 번이지만, '마찰음의 반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네 번이 반복되는 겁니다. 반복은 동어반복 뿐 아니라, 유사반복 또는 유음반복에서도 생성된다고 합니다.
[ㅎ]은 마찰음입니다. 그리고 [ㅅ] 역시 마찰음이지요. [ㅎ]은 '후두 마찰음'이고, [ㅅ]은 '치경 마찰음'입니다. "흐린"에서 '흐'의 [ㅎ], "흰 구름'에서 흰의 [ㅎ], "삶아둔'에서 '삶'의 [ㅅ], "행주"에서 '행'의 [ㅎ]. 저 문장은, 이렇게 마찰음이 네 번 반복되며 그 반복이 리듬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리듬으로 직조된 문장은, 전달력 또한 높아집니다. 그리고 리듬과 기억은, 꽤나 긴밀한 관계여서 리듬감 있는 문장이 잘 외워집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 <일리아드>가 시로 쓰인 것이겠죠. 시가 곧 노래입니다. 문자 발명 이전까지는, 장편 소설처럼 아주 긴 저 대서사시를 몽땅 암기(=노래)해 후세에게 전해왔던 것입니다.
그리스에서 알파벳이 만들어진 기원전 7세기 이후에는, 암송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고대와 중세까지 아니 근대까지도 낭독과 낭송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엔, 노래마저 자막 없으면 곤란을 겪을 지경이랍니다.
이 선전 문구가 기억이 납니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카피, 참 오래 갑니다.

출처
https://l8.nu/qF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