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석파시선암철쭉제 서귀포의 시 낭송대회-강문신 시인
석파石播 강문신 시인○ 대 표 약력
* 1948년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 출생
*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입석리 산과 바다’로 당선
*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마라도’ 당선
* 시조집 ‘당신은 서귀포 ··· 라고 부르십시오’ ‘나무를 키워본 사람은’ ‘어떤 사랑’ ‘해동의 들녘’ 펴냄
* 서귀포예술인상, 시조시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제주도 문화상, 조운 문학상 ,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
* 제주복싱회관 관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초대 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6대 지부장 역임
* 현재 석파농산 대표
* 연락처 : 010-2699-2355
서귀포 서정 / 강문신
우연히 날아온 새 홀연히 날아간 새
방파제 난만히 쌓인 시간들을 추수리며
섬 하나 회억의 층계를 더디 밟고 출렁인다
낮 술 혼자 붉힌 서귀포항 골똘한 바다
가슴 젖은 생각들이 물오리로 떠올라서
오는 양 가는 양 없이 떠난 얼굴 또 띄우고
눈 감으면 밀려오는 애증의 잔물결을
배수의 진중에 부동자세로 불러 세워
허술한 날들의 행적을 준열히 캐묻는 바람
한 인연 휩싸인 파도 끝내 포말로 질 때
함박눈 사위지 못해 빈 하늘만 사무치던
서귀포, 역류로 이는 아~ 내 젊은 서귀포여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 강문신
있는 듯 본디 없는 듯 기도처럼 여울져서
어림으로만 뜨는 비몽사몽에 뜨는 남녘하늘 그 섬 언저리
“그리움도 무너지면 그만 세월이 되던가요?” 말을 건네면
도로 먼 바다 널부러진 소문이 사방팔방 어질머리로 부서져도 차마 길 뜨지 못하는 무시로 불면에 일던 아, 그 진홍眞紅!
애먼 밤들을 낭자히 불질러놓고, 한 시절 우리 인연이 가뭇없는 뱃고동이라 해도 돌아돌아 사무치는 밤이거든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한 시절 우리 인연이 돛단배의 항로를 바꿔놓은 정녕, 바람이라 해도 가파른 세정을 역류한 어느 포구쯤이거든
당신은 또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쫒기 듯 매양 쫒기 듯 에돌던 날밤들이 때론 그 아옹다옹 잔물결 친 기억들도 도란도란 불빛으로는 떠 올 것입니다
문득 돌이켜지나요? 대학나무라고 불리던 시절, 우리 한 식구가 빙 둘러앉은 초가마당 그 저녁상만한 풍요를...느닷없는 UR이던가요? 그 범람, 갯바위 허술한 틈새를 그냥 속수무책이었던가요? 예감처럼, 생산비를 밑돌던 감귤농사 새끼손가락 건 그 언약도 처절히 눕던 길은 물안개 진종일 풀벌레 울음 “이대로 끝나는가...” 속절없이 밀리던 권투시합처럼
“아니다, 아니다!” 앙다물기만 했었냐구요?
섬 바위, 애타던 섬 바위 비탈 깡마른 소나무
안간힘에 받쳐 선 오로지 그 섬하늘 무시로 그 생각 하나 몇 밤을 취할지라도, 골똘히 파문波紋처럼 어리는 반생, 사랑도 미음도 한 굽이 물결임을 알 때, 이룸도 그르침도 한 굽이 물결임을 비로소 알 때, 어진 사람아, 다 부서지는 날을 기어이 무지개 하나 보듬던 물보라여!
숨죽인 이 밤 저 밤, 섬 등대 그 조바심으로도 “봄은 다시 온다”며 “우리의 봄은 당당히 온다”며 되레 웃음 짓던
아직도 천지연폭포 하류 매인 배 들레듯 참으로 우리가, 끝내 길 뜨지 못하는 이 도심의 황량에서 운명처럼 되감기는, 간절한 일월日月의 물굽이 일터면
당신은 또한 “서귀포...”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서귀포 바다 / 강문신
불면의 먼 바다가
목로주점까지 와서
두어 병 막소주 앞에
되려 말을 잃는다
섬 등대
새벽길 밟는
생각 하나 적신다
마라도 / 강문신
차오른 생각에는 내 누이가 있습니다
산기슭 갯마을이거나 수평선 끝닿은 데거나
누이는 빛바랜 바다로 그 어디나 있습니다
우리 한 식구가 불빛으로 모여 살 땐
빈소라 껍질에도 만선 꿈은 실렸습니다
수평선 그 한 굽이에 마음뿐인 산과 바다
마라도 선착장은 받아든 저녁상입니다
허술한 초가지붕 덧니물린 호박꽃도
그 여름 놓친 반딧불 별빛 따라 내립니다
남녘 섬 하늘의 인연도 끝 간 자리
바다는 어디에도 가는 길만 열려있고
서낭당 소망은 하나 둥근 사발 달뜹니다
물마루만 바라봐도 청보리밭 키 큰 누이
한 점 바닷새가 저녁놀을 물고 와서
윤회의 섬 바위 끝에 하얀 집을 짓습니다
입석리立石里 산과 바다 / 강문신
또 한 해 보내는가 잿마루에 올라서면
침침한 눈 비비며 바다 끝도 잠겨있다
해조음 아득한 너머엔 떠서 도는 마라도
우리가 심은 것은 귤나무만 아니었다
마른 나무 가지 끝에 겨우내 감긴 눈발
입석리 애타는 등불은 귤빛으로 익었었다
한라산 눈보라야 모닥불이 아니던가
기슭의 봄소식은 가지마다 밟히는데
풀피리 연련한 가락에 실려도 올 수평선
선돌마을 / 강문신
시오리 서귀포서 등 하나로 나앉은 마을
고향 길 쪽박만한 샘물도 밝혀들고
메아리 사무쳐 우는 산자락에 내가 왔다
산노루 발자국 같은 무우밭 그루터기
어머님 길 뜨신 자리 산 빛마저 비었는데
등짐에 사려온 무게를 구름 아래 부린다
선덕사善德寺 염불소리 이 계곡을 열었을까
애증도 다 씻겨야 저리 곱게 흐르는 걸
기러기 낙일落日을 끌고 초승달로 가는 마을
서귀포항 / 강문신
비 오면 그 불면의 바다 술이나 또 취하고
취해도 생각은 총총 섬바위 바닷새 총총
떠나고
그대 오는가
떠나도
그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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