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23.수.춘천]경서재 신청 시낭송회
[안내] ― ‘경서재 신청 시낭송’
오는 8월 23일(수) 저녁 7시, 카페 ‘경서재’에서 일곱째 <경서재 신청 시낭송회>를 엽니다. 이날은 처서가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처서 때가 참 좋지요. 하늘엔, 파란 하늘엔 하얀 손수건을 헹궈 짜면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저 파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손에 잡힐 듯 낮게 떠 있고, 풀숲엔 풀벌레 쓰르르르 쓰르르 울어댑니다. “처서는 하늘에선 뭉게구름을 타고 오며,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온다”는 옛말, 하나도 틀림이 없네요.
‘여는 시’로 유안진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를 낭송합니다. 지지난번부터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를 아예 지정 시로 항상 낭송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 낭송회의 ‘춘천, 춘천이니까’ 코너에선 임재춘의 <깜박거리는 청량리 시계탑>을 낭송할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박정대 시인의 <김유정에게―네가 봄이런가>를 낭송할 계획입니다.
‘시로 부르는 우리 역사’ 꼭지에선, 먼저 조지훈 시인의 <안중근 의사 찬>을 낭송합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지요. 114년 전의 일이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8월이니까, 광복절 있는 8월이니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도 좋을 듯하여 넣습니다.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신석정의 <역사>를 낭송합니다. 베네딕토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말도 좋고, 또 E.H. 카아의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다”라는 명언도 좋고 좋지만, 신석정 시인의 사관(史觀)은 더 다가옵니다. 좌우로 흔들거리며 날아오다 가슴에 팍, 박혀 꽂히곤 부르르 떨리는 화살과도 같지요. 아, 신석정 시인의 사관이란 참으로… 그 무수한 억압과 강요에도 창씨개명을 끝끝내 거부한 시인은, 뭐가 달라도 저렇듯 다릅니다. 그저 목가적인 시인만이 아니라, ‘저항과 사랑의 시인’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면에선, 하인리히 하이네과 포개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시’의 꼭지에서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낭송하고, 마지막으로는 듣고 싶은 시를 신청하신 분을 위해 신청시 낭송을 하며 마칩니다.
지지난번 낭송회에선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다들 우르르 몰려 나가 카페 마당에서 보았습니다. 쌍무지개를 한참 동안 넋 놓고 보았지요. 처서 첫날. 기왕이면, ‘경서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고, 손에 잡힐 듯 낮게 몽실몽실 피어오른 뭉게구름을 바라보기도 하며, 가슴에 시 한 편 품어 보시길 바랍니다.
<경서재 신청 시낭송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쭈우욱 갑니다. 기왕이면 시낭송 울리는 ‘경서재’가 춘천의 시인과 시 애호가, 그리고 시낭송가들의 우물터가 되길 바랍니다.
* 이날 낭송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께는, <경서재 신청 시낭송 시첩> 한 권씩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