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이야기 / 고두현

 

내게도 땅이 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상주중학교

뒷산

철 따라 고운 꽃 피지도 않고

돈 주고 사자는 사람도 없는

남해 상주 바닷가 언덕

한 평 못 차는 잔디 풀밭 거기

평생 남긴 것 없는 아버지의 유산이

헌옷으로 남아 있다.

저 눕고 싶은 곳 찾아

아무 데나 자리 잡으면

그 땅이 제 땅 되는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 대로 부터

사람들은 기억하기 위해 무덤을

만들고

더욱 잊지 않기 위해 비를 세웠다지만

중학에 들어가자 마자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나는 학교 옥상에서 그 언덕배기 공동묘지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세우질 못했다.

철 들고 부끄럼 알 때 즈음

흙이 모여 돈이 되고

묘 자리도 잘라서 팔면 재산이 된다는 나라

시내버스로 휴일 한나절

쉽게 벌초도 하고 오는 근교 공원묘지

아파트처럼 분양을 받고

중도금 잔금 치러가며 화사하게

다듬은

비명들 볼 때마다 죄가 되어

나도 햇살 좋은 곳 어디 한 열두 평쯤

계약을 할까.

그런 날은 더 자주 꿈을 꾸고

잠 속에서 좁은 자리 돌아 누우며

손 부비는 아버지.

고향길 멀다는 것만 핑계가 되는 밤이

깊어 갈수록

풀벌레 소리 적막하고

간간이 등 다독이는 손길 놀라

잠 깨 보면

쓸쓸한 봉분 하나 저녁마다 내곁에 와

말없이 누웠다가

새벽이면 또 다시

천리 남쪽 길 떠나는

아픈 내 땅 한 평.

 

※ 원문은 시집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