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이야기 / 고두현
내게도 땅이 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상주중학교
뒷산
철 따라 고운 꽃 피지도 않고
돈 주고 사자는 사람도 없는
남해 상주 바닷가 언덕
한 평 못 차는 잔디 풀밭 거기
평생 남긴 것 없는 아버지의 유산이
헌옷으로 남아 있다.
저 눕고 싶은 곳 찾아
아무 데나 자리 잡으면
그 땅이 제 땅 되는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 대로 부터
사람들은 기억하기 위해 무덤을
만들고
더욱 잊지 않기 위해 비를 세웠다지만
중학에 들어가자 마자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나는 학교 옥상에서 그 언덕배기 공동묘지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세우질 못했다.
철 들고 부끄럼 알 때 즈음
흙이 모여 돈이 되고
묘 자리도 잘라서 팔면 재산이 된다는 나라
시내버스로 휴일 한나절
쉽게 벌초도 하고 오는 근교 공원묘지
아파트처럼 분양을 받고
중도금 잔금 치러가며 화사하게
다듬은
비명들 볼 때마다 죄가 되어
나도 햇살 좋은 곳 어디 한 열두 평쯤
계약을 할까.
그런 날은 더 자주 꿈을 꾸고
잠 속에서 좁은 자리 돌아 누우며
손 부비는 아버지.
고향길 멀다는 것만 핑계가 되는 밤이
깊어 갈수록
풀벌레 소리 적막하고
간간이 등 다독이는 손길 놀라
잠 깨 보면
쓸쓸한 봉분 하나 저녁마다 내곁에 와
말없이 누웠다가
새벽이면 또 다시
천리 남쪽 길 떠나는
아픈 내 땅 한 평.
※ 원문은 시집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시낭송대회 지정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제6회 한석산 시 지정 전국 시낭송대회 (0) | 2022.01.04 |
---|---|
사평역에서 / 곽재구 (0) | 2021.11.22 |
현실 같은 화면, 화면 같은 현실 / 박경리 (0) | 2021.11.22 |
연륜 / 박두진 (1) | 2021.11.22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0) | 202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