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 달빛을 보다 / 황봉학

  가장 음기가 강한 보름날이면
  여인이 머리를 풀고 하늘 향해 누운 주흘산에는
  달빛이 내린다
  달빛은 주흘의 가장 그늘져 음산한 곳에
  박새를 심고 서슬 푸른 이슬을 뿌려놓고는 떠난다
  고라니를 잡아먹던 표범도 떠나고
  멧돼지를 잡아먹던 호랑이도 떠난
  새재에는,
  이제 달빛이 최상위의 포식자가 되어
  흰 눈이 내리면 흰 눈을 잡아먹고
  찬서리가 내리면 찬서리를 잡아먹는다
  매섭고도 추운 동짓달 보름날 밤에 나는
  온 산을 뒤덮은 상고대를 잡아먹는 달빛을 보았다
  그날,
  달빛의 송곳니는 유난히도 희고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아마도 주흘산 여인의 산고가 가까워졌는지
  문경 땅 곳곳에 청사초롱이 길을 밝히고
  주흘산 달빛의 눈에는
  잠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푸른빛의 결의가
  호랑이의 포효처럼 흐르고 있었다

출처: 2021년 [백화문학] 제49집 발표작

<박새에 대한 황봉학 시인의 해설>

저의 시 ㅡ주흘산 달빛을 보다ㅡ에 등장하는 ㅡ박새ㅡ에 대하여 질문들이 많아 설명 드립니다.
박새는 동물인 새가 있고요.
식물인 풀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식물인 독초입니다.
독이 강해서 먹으면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잎은 산마늘 닮았는데 키가 엄청 큽니다.
이 시에서는 주흘산을 지키기 위해 독초를 심은 것이지요.
실제로 주흘산 북쪽 기슭에 박새의 군락지가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VS0SXCFkflc?si=R-xFb5Wdy8tr9ddy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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