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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신경림 시인 별세…민중시로 우리의 마음 울리고

한국 민중시의 물꼬를 튼 신경림 시인이 22일 오전 8시17분께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9. 신경림 시인은 1935년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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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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