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언어의 예술이며
따라서 언어를 미적으로 변용시키는
기울의 연마 없이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여기에 가치 있는 철학이 융합돼야 한다.
                                                               -시인 오세영-

https://youtu.be/Vp-GtJF1YkE?si=YrX1q4EeWJABPP1W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에서

오세영(1942년~ )시인은 전남 영광에서 출생. 1965년《현대문학》에 〈새벽〉이 추천되고,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한국시인협회상, 소월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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