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2 / 문충성
누이야,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린다. 빛 잃은 별떨기들 빗속으로 사각사각
부셔져 내리고 너와 나의 목숨이 그
빛 속에서 새로 깨어남을 알겠느냐. 어머니의
굴욕과 고독이 네 핏줄에 자라남을 알겠느냐.
백 년을 갈아도 날이 서지 않는 칼 한 자루, 어찌
비내리는 밤을 잘라낼 수 있겠느냐, 제주 바다는 아랑곳없이
폭풍우치는 샛바람을 열어놓고 울타리
돌담 구멍을 들락이며 하얗게
어머니의 주름진 한숨을 청대왓에 빨아낸다.
누이야, 어머니 눈물 속 바다에서 자라 바다로
돌아가는 길. 한 줌 모래가 될까, 바람에 흔들리다
삼사월 따스한 햇살 속에 햇살로 남아 바람 속에
바람결로 녹아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무너져가는 것이다.
짭짤한 세상이 무너져가다 일어서는 것이다.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리고 빗발 속 골목서
팽이치기하는 너와 나의 유년이 뱅글 매를 맞고
가만히 귀 줘 들어 보라, 샛바람 속
바람을 지우며 뛰는 백록의 발걸음 소리
또 하나 눈먼 문명이 휘몰아오는 시커먼 순수를 보라,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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