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훈 / 박용래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서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우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리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


1970 "문학사상"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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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 이장욱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은 것일까?
길고 뾰족한 고드름처럼 지상을 겨누거나
폭설처럼 모든 걸 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위바위보는 아니다.
맹세도 아니다.

내부의 뜻밖의 계절을 만드는 나무 같은 것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는 생각 같은 것
알 수 없이 변하는 물의 표면을 닮은.

조금씩 녹아가면서 누군가
아아,
겨울이구나.
희미해.
중얼거렸다.


이장욱 시인의 시 '얼음처럼'

얼음처럼 / 이장욱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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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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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게/문병란

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
세 번째의 절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
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 다 채운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바다는 모로 누워
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내 운다.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한데 섞어 눈물지으면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

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
조용히 흔들리다
조개껍질 속에 고이는
한 줌 노을 같은 종언인가.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돗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시인의 간, 코리아, 175~175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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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cafe.daum.net/munhaksajo/f6Vh/2?svc=cafeapi

 
-시낭송 영상강의 자료-<한국 명시 100편 도전하기>
『좋은 시 바르게 낭송하기』


24. 조지훈의 사모지도/황봉학 시인


사모 / 작가미상.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사랑시 100선. 신달자 엮음. 2012년 11월 20일. 북오션>








[참고본 또는 이본]


사모 / 작가미상.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이 시는 원본도 정본도 없다. 가장 시적인 문장으로 고쳐진 『제주 현대미술관 ’걷기좋은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새겨진 시비의 원문(이천십일년. 녹음절.)을 올린다.)


<조지훈 시인의 ‘思 慕’>


思 慕 / 조지훈

그대와 마조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

희미한 등불 아래
턱을 고이고

단 둘이서 나노는
말 없는 얘기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 주는

거룩한 光芒
그대 모습은

運命보담 아름답고
크고 밝아라

물들은 나무 잎새
달빛에 젖어

비인 뜰에 귀또리와
함께 자는데

푸른 창가에
귀 기울이고

생각 하는 사람 있어
밤은 차고나

-조지훈 시선 / 『승무』. 미래사. 1991년 11월 15일. 초판 1쇄 발행. 2002년 9월 10일 신판 1쇄 발행. (58~59쪽). (‘풀잎 斷章’에 발표된 시)


<육필 시집의 ‘원본’>

思 慕 / 조지훈

그대와 마조 앉으면
기인 밤도 짧고나

희미한 등불아래
턱을 고이고

단둘이서 나노는
말없는 얘기

나의 안에서
다시 나를 안아주는

거룩한 光芒
그대 모습은

運命보담 아름답고
크고 밝아라

물드른 나무잎새
달빛에 젖어

뷔인 뜰에 귀또리와
함께 자는데

푸른 창ㅅ가에
귀기우이고

생각하는 사람있어
밤은 차고나

- 지훈육필시집(조지훈전집 별책). 205쪽~207쪽. 나남출판. 2001년 5월 15일 발행 1쇄. (띄어쓰기가 조금 다르다. 고어도 그대로 옮긴다)
- <편찬위원> 홍일식(고려대)·홍기삼(동국대)·최정호(연세대)·최동호(고려대)·인권환(고려대)·이성원(서울대)·이동환(고려대)·박노준(한양대)·김인환(고려대) 교수.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임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민예원. 초판1쇄 2002년 12월 15일. 초판8쇄 2003년 7월 15일. 14쪽.


‘사모’는 조지훈 시인의 작품이 아니다!
‘思慕’가 진짜 조지훈 시인의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모’라는 이 시가 조지훈 시인의 시가 아니라는 추측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1. 조지훈 시인의 생전에 발표된 근거가 없다.
2. 사후 제자들의 유품 정리 과정에서 나온 육필 원고나 자료에서 어느 누구도 이 詩를 본 적이 없다.


-<조지훈 육필시집> 해제. 박노준 한양대 명예교수.
1
선생께서 돌아가신 후 서른 세 해 동안 고이 간수해 오던 육필시집을 공간(公幹)한다. 이에 우리는 새삼 선생의 초상을 떠올리며 애틋한 그리움과 추모의 상념에 젖는다. 한동안 잊었던 의연한 모습을 접하고, 묵직한 육성을 듣는 듯한 기쁨을 누린다. 이제 이 귀중한 친필시집을 처음 찾았을 때의 감격스런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자초지종의 경위를 밝히는 기회를 갖기로 한다.
선생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쯤 지난 1968년 6월 중순경, 홍일식, 인권환, 박노준 등은 선생의 장서와 원고정리 작업에 착수하여 약 4개월에 걸쳐 그 대강의 일을 마쳤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72년에 다시 한달 반 동안 손질을 하여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하였다. 원고의 경우는 발표, 미발표를 막론하고 선생의 전업적을 찾아내어 글의 성격에 따라 몇 갈래로 분류하여 목록에 기재해 놓고 곧 찾아올 전집 간행의 때를 미리 대비해 놓기로 하였다.
세 사람 모두 직장에 매인 몸이라 주로 주말에 시간을 내서 성북동(2차 작업시는 수유동) 선생댁을 찾았다. 갈 때마다 너무나 일찍 스승을 잃은 비통함에 젖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일도 별로 없이 묵묵히 손을 놀리던 일이 마치 몇 년 전의 일인 양 기억에 새롭다.
그런 식으로 작업에 몰두하던 어느 날이었다. 책장 서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한 뭉치의 원고묶음을 찾아내어 풀어 본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놀라움의 나직한 탄성을 내지르고야 말았다. 당신께서 직접 정서한 두 권의 육필 시선집, 그리고 시작(詩作)노트, 그것들은 모두 우리 눈에 익숙한 선생의 글씨임이 분명하였다. 곧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모님을 급히 모셔서 여쭤 보았으나 그분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응답이었다.
호방하면서도 치밀한 선생의 성품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그러한 성품이 당신께서 이미 발표하신 시편들을 저장하는 일에까지 연동되어서 마침내 정본(定本)의식에 의한 육필원고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마도 댁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실 때 짬짬이 써서 책으로 묶어 놓은 것이라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잠시 선생 생존시의 성북동 서재의 분위기를 회상키로 한다. 문단과 학계의 동료 후배들의 발걸음이 잦았듯이 우리도 학부 초학년 때부터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 댁에 무시로 출입하였거니와 그 횟수를 어찌 셈할 수 있으랴. 낮시간에 찾아 뵐 때도 그랬지만 특히 저녁 무렵이나 밤에 방문하여서 선생과 마주할 때면 바로 그 시간이 사제지간의 격의 없는 담론의 시간이었다. 사모님께서 손수 마련해 주신 술잔을 들면서 선생의 말씀을 들을 때면 강의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몰입되곤 하였다.
학문하는 방법과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자세를 선생의 서재에서 배웠고 어지러운 시대를 걱정하고 한탄하는 한숨의 소리도 그곳에서 더 많이 들었다. 동서고금의 사상과 학문과 문학을 종횡으로 넘나들던 '知多선생'의 傳學에 노상 넋을 잃었던 곳도 바로 성북동 枕雨堂 서재였다.
경청하는 우리의 감성을 더욱 고조시킨 것은 그분의 자작시 낭송, 그곳에서 들은 시가 몇 편쯤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세인들이 일컫는 당신의 몇 대표작보다는 질적으로는 다소 뒤질지 모르나 가장 애착이 가는 시는 일제말기 숨어서 살던 때에 지은 <落花>라는 말씀을 듣던 곳도 바로 거기였다.
이 모든 장면도 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말씀 중에 수시로 책장 서랍을 열고 꺼내 보여주시던 각종의 원고 초안과 메모, 도표화된 자료, 서찰 등이었다. 오래된 것은 해방 전에 구상한 바를 적어 놓은 것도 있었고, 또 그 내용과 범위도 시와 국학 전반에 걸친 것이었다. 잔글씨로 빽빽하게 적어 놓은 크고 작은 종이에는 선생의 시와 학문의 씨앗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걸 보이면서 설명하실 때의 모습에서 우리는 선생의 시와 학문에 대한 정열과 함께 꼼꼼한 성품을 읽곤 하였다.
원고를 정리할 때, 예의 자료를 다시 접하면서 우리가 이를 예사롭게 넘긴 까닭도 방금 증언한 바와 같이 그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펴내는 이 육필시집의 원본을 발굴(?)했을 때의 경우는 그와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선생에게서 직접 들은 바도, 또한 본 바도 없는 뜻밖의 자료였으니 그때 우리의 놀라움은 참으로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육필시선집은 담론의 대상이 될 수없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평소 거론하지 않으셨다고 사료된다.


2
이 <지훈 육필시집>은 시작 노트를 제외한 예의 두 권의 자료를 합책한 것이다. 원래는 노트(15X19cm)에 31편, 백지책자(20X27.5cm)에 117편 도합 148편이 전해 오고 있으나 전자에 실려 있는 작품들 가운데 27편이 후자에 재록(再錄)되어 있어서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전자의 것을 취하고 후자의 것을 빼기로 하였다. 따라서 재편집된 이 시선집의 총 편수는 121편이 된다.
이 자필시집을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는 연대표가 없어서 전혀 알 수 없다. 끝낸 시기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만 선생이 마지막으로 펴낸 제 5시집인 <여운>이 1964년에 간행된 점을 참고하여 그 시집에 수록된 작품이 육필시선에 겹쳐있는지 여부를 따져보면 그 대강의 시기를 어림짐작은 할 수 있을 터이다.
두 권 중 노트本이 먼저 작성된 것만은 확실하다. 겉표지에 <芝薰詩秒- 玩虛山房藏>이라 題한 이 자료는 선생의 초기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트 자체가 오래된 것이다. 노트의 각면 상단에는 고무 스탬프로 숫자가 찍혀 있는데 첫면이 '145'로 되어 있으므로 일견 그 앞부분에 필사된 시들이 소실된 듯한 느낌을 주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고무 스탬프의 숫자가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선생의 시선(詩選)과는 무관한 것이 확실하다. 그 증거로는 첫 번째 작품을 시작하면서 장의 표시를 'I'로 명기하였고 이어서 'III'까지 연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芝薰詩秒>의 것을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여기의 글씨체가 선생의 전형적인 필체라는 점이다. 서예가는 물론 문사나 학자들도 자신의 독특한 필체가 있고 그외 한두 가지 변체(變體)가 있는 것이 상례인데 선생의 경우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후자의 표지에는 제명(題名)이 없다. 그러나 전자와는 달리 전체를 여러 장으로 나누고 장의 소제목을 따로 붙여 놓았다. 면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시집명을 그대로 따온 것은 한 장뿐이고 (<역사 앞에서>), 그 나머지는 주로 작품명으로 소제목을 삼았다. 두 책 모두 기간의 시집들에 실린 작품들을 일단 흩어 놓은 뒤, 다시 몇 개의 장으로 재배열한 점과 후자의 소제목을 시집명에 따르지 않은 점 등에서 자작시 전편에 대한 선생의 최종적인 생각을 읽어야 할 것이다.
전자가 펜글씨인 반면, 후자는 만년필로 쓴 것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118편의 작품을 한꺼번에 모두 쓰셨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간이 나는 대로 여러 해에 걸쳐 한두 편, 또는 서너 편씩 합철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작품을, 그것도 여러 해 동안 틈틈이 쓰시다 보니 글씨체도 전형적인 필체 외에 변체도 섞여 있는 것이 이 백지책자본의 특징으로 꼽힌다. 필적을 남기려는 의도성은 이 백지책자본에서 더욱 강하게 작용되었다고 헤아려진다. 노트본을 쓰실 때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터이고 또한 파한(破閑)삼아 붓을 드시지 않았는가 추정한다. 그런데 막상 써 놓고 보니 필사본에 애착이 가고 그래서 이 일을 확장한 것이 바로 백지책자본이 아닌가 헤아려 볼 수 있다. 노트본에서 이미 쓴 작품 27편을 이 백지본에서 다시 쓰신 것을 보면 선생의 강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선별기준을 어디에 두셨는지, 이 점 선생께서 함구하고 있으므로 알 수 없다. 이미 간행된 시집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 썼음에도 오기(誤記) 이외 양자 사이에 상이한 부분이 발견되는데, 이것이 필사(筆寫)를 통해 활자본 시집의 것을 수정(修訂), 개고(改考)코자 하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궁금한 대목들을 비롯하여 이 육필선집의 자료적 가치, 이를 통해서 본 선생의 면모에 대한 성찰과 규명 등의 작업은 앞으로 현대문학 전공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 두면서 나의 증언을 겸한 해제는 여기서 마감한다.


3. 아들인 조광렬 수필가도 미국에서 한국서점에서 산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명시 100편’ (민예원)에서 처음 이 시를 보았다고 한다.


-<[18회]한국인이 애송하는 아버지의 시, 우리가족이 애송하는 아버지의 시/효천 조광렬>
나는 아버지의 <밤길>이란 시와 <절정>, <빛을 찾아가는 길>, <산중문답> 그리고 <낙화>를 좋아한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은 아버지의 무슨 시를 가장 좋아하는가가 궁금했었는데 어느 날 뉴욕 한국서점에 갔다가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 100편[민예원 간(刊)]이란 책을 샀다. 그 책에 의하면 <승무>와 <사모>라고 한다. 이중 <사모(思慕)>는 내가 알고 있는 “그대와 마조 앉으면 긴 밤도 짧고나”로 시작되는 시 그 <사모>(아버지의 첫 시집 <풀잎斷章>에 실린)가 아니고 아버지 시집에도 전집에도 없는 또 다른 시 <사모>였다. 아마 어느 잡지등에 활자화 되었던 모양인데 아버지 시집이나 육필 원고철에도 없는 것을 보면 아버지는 이 시를 대단치 않게 여기셨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보지만 검증이 필요한 시다. 그런 이 시가 인터넷 블로그에 가장 많이 오르는 시라고 하니 시적 가치보다 대중성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어느 날 어느 뉴욕 신인문인 등단식에 축사하러 들렸다 만난 어느 미모의 전직 아나운서도 이 시를 언급하며 이 시가 인연이 되어 지금 남편과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다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도 했다. 그 시 <사모>를 소개한다.


4. 조지훈 시집과 전집 어느 곳에도 활자화되어 실린 곳이 없다.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공저 시집 <청록집>, 최초시집 <풀잎단장>, <여운>, <계명>, <승무>, <비조단장>과 1996년 ‘나남출판사’에서 발간한 ‘조지훈 전집(전9권)’에도 비슷한 시가 없다.)
5. 조지훈 시인의 첫 시집(풀잎斷章)에는 같은 제목의 ‘思慕’ 가 버젓이 실려 있다.
6. 시인은 똑 같은 제목으로 시를 발표하지 않는다. (같은 제목일 경우 1. 2를 붙여 구분한다)
7. 시인의 기존 발표된 시풍과 너무도 다르다는 평이 많다.
8. 시인이 사망 전 자신의 시를 정성들여 정리한 육필 원고에도 ‘사모’의 존재는 없다. ‘思慕’라는 제목의 시를 시인의 육필로 정리해 놓았다.


- 왜 이런 시가 유통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우리가 애송하는 ‘천년사랑’도 ‘작가미상’의 작품으로 블로그 등에 올라와 낭송이 되었는데 어느 날 ‘박종화’ 시인의 시로 둔갑이 되어 모두 그렇게 믿게끔 되었다.
- ‘사모’의 시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모’라는 글이 인터넷을 떠돌다가 조지훈 시인의 ‘思慕’라는 같은 제목이 있으니 당연히 조지훈 시인의 작품이라고 착각하고 믿을만하다.
실 제 그런 글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조지훈 시인의 시집을 검색 하려고 [‘승무’. 조지훈. 미래사. 2002. 09. 10.] 검색을 하면 목차에 ‘思慕’라는 제목이 있고, 소개 글에는 진짜 조지훈 시가 아닌 위의 다른 시 ‘사모’가 소개 되어 있고 실재 본문에는 시인의 진짜 ‘思慕’ 시가 실려 있다.
필자도 이 시의 출처를 추적하느라 이 글에 속아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승무/조지훈’의 도서를 대출 받아 확인하고 시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변형된 또 다른 시가 있다.


<‘천년사랑’ 시낭송에 대한 전향미 낭송가의 견해>

천년사랑 / 작가미상. 낭송 전향미

천년에 한알씩
모래를 나르는
황새가 있었단다
그 모래가 쌓여 산이 될때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다.

천년에 한번피는 꽃이 있었는데
그 꽃의 꽃잎이 쌓이고 쌓여
하늘에 닿을 때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다.

학은 천마리를 접어야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나에겐 너만 있으면
행복하다.

하늘에게 소중한건 별이고
땅에 소중한건 꽃이고
나에게 소중한 건
바로 너란다.

내가 한강에 백원을 빠트렸을때
그거 찾을때까지 우리 사랑하자.

예전엔 모르던 사랑
지금은 편안한 사랑
나중에 편안할 사랑
바로 너란다.

장미꽃은 사랑
안개꽃은 죽음을 뜻하는데
난 너에게
안개꽃의 장미를 꽂아주고 싶다.

왜냐면?
난 너를 죽도록 사랑하니까.

영혼이 맑은 그대
일생을 통해 만난
이 세상 다 변해도
사랑해요 영원히 ............

햇살이 눈부신날
투명한 유리병에
햇살을 가득 담고 싶다.
너의 흐린날에 주기 위해서..

사랑한단 말이다
사랑한단 말이다
사랑한단 말이다


<이 원본은 부러 띄어쓰기와 철자를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올렸다.>


<전향미 시낭송가의 글>
*저의 낭송시 '천년사랑'이 최근 박종화라는 잘못된 작자의 이름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번지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겠기에 이곳에 저의 입장을 밝힙니다.

이 시는 5년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시로 지인의 이름을 알지 못한 체 연락이 끊겼고 2000년도에 녹음실에서 기념 시디를 만들면서 원본을 몇 곳 수정하여 그 파일을 제 홈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제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시로 인터넷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낭송시입니다. 수정부분이 그대로인체 박종화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박종화라는 분이 진짜 작자라면 수정부분을 제게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시를 그대로 또는 조금 수정하여 자신의 시인 것처럼 양심을 속이는 행태가 빈번한 요즘 원작자와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될 것 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바로 잡히도록 여러분들의 도움을 청합니다.)
-낭송가 전향미 올림


저의 낭송시 '천년사랑'에 대한 저의 견해입니다. 천년사랑은 저의 데뷔작으로 오랫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요. '천년사랑' 하면 '전향미'라고 할 정도로 저의 분신과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낭송시 '천년사랑'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아는 지인으로부터 시를 받았고 분당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 완성되었답니다. 시 일부는 낭송하기 좋게 제가 편집했구요. 그후 그 지인은 연락두절 되었고 그 시의 작가가 그분인지 아니면 다른 분인지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던 중 몇 년 전부터 '월탄 박종화'라는 작가명으로 인터넷상에 올려져 있더라고요.
살펴보니 그분은 작고하신 분이던데... 그분의 작품인지 정확히 확인 할 길이 없어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
지금 들어보면 완성도 면에서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한때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라 제가 더 애착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천년사랑은 기타 시낭송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심산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을 추가합니다.
위 글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가지고 오셨네요. (2009년,12월 9일 현재)
<심산>
천년사랑에 답변을 주실 수 있는 그분의 독손자이신 박동건 교수께서 질의 한지 일 년 만에 답변을 보내 오셨답니다.
그 내용은 이러합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심산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꽤 춥습니다. 문의하신 천년사랑은 제 조부님의 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생전시 발간된 시집에서 이 시를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문체와 시어로 볼 때도 제 조부님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밖의 다른 작품도 인터넷상에 제 조부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거의 모두 제 조부님 작품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동건 드림. (인터넷에서 발췌. 다음 카페 ‘전향미의 시가 있는 꽃집’)


조지훈 시인의 고향은 영양이고 그곳에는 ‘지훈 문학관’이 있다. 관장이신 양희 시인과도 몇 차례 통화를 하였다. ‘조지훈전집’을 편찬한 고려대 교수를 비롯하여 선생님의 제자이신 분들이 이 시는 조지훈 시인의 시가 아니라고 확언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논란의 소지 때문에 문학 행사 때 작품으로 쓰지를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였다. 시풍은 다소 다르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조지훈 선생님의 시였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지훈 시인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자. 기존 발표된 시인의 작품성과 거리가 먼 작품을 그 분의 작품으로 둔갑시켜 그분의 작품 세계를 흔들어 놓지를 말기를 바란다. 그 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의미에서라도 검증된 시인의 시 ‘思慕’라는 시를 그 분의 시로 낭송하자. ‘사모’라는 시는 작가가 밝혀지지 않는 만큼 ‘천년사랑’처럼 ‘작가미상’으로 하고, 조지훈 시인의 ‘思慕’를 시인의 작품으로 많이 애송하고 사랑하였으면 좋겠다.
만약에 조지훈 시인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시의 초고나 육필원고 또는 생전 발표한 잡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인소개]
조지훈 시인
1920년 12월 3일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 마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조동탁, 1939년 “문장”지를 통하여 ‘고풍 의상’, ‘승무’, ‘봉황수’ 등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동양의 회고적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에의 향수, 민족의 한(恨)을 고전적 운율로 노래하였으며, 박두진, 박목월 등과 “청록집”(1946)을 간행하였다. 시집으로 “청록집”(공저), “풀잎 단장”(1952), “역사 앞에서”(1959), “여운”(1964) 등이 있다.
1968년 5월 17일 고혈압으로 토혈한 후 입원, 기관지 확장증으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시의 이해]
진정한 사랑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사랑이다. 비록 인연으로 맺어지지 못 하드라도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사랑은 부끄럽지 않다.

[장단음 연구]
<장음>
다ː해, 정ː작, 말ː이, 이ː미, 사ː람이, 멀ː리로, 곱ː스런, 그ː어, 울ː다가, 지ː쳐, 영ː원한, 알ː고, 정ː하신.

<단음>

[된소리와 예사소리]
남아있음을-나마읻쓰믈있었다-이썯따손가락-손까락외롭지-외롭찌,

[조사 ‘의’의 발음]
이 시에는 조사 ‘의’가 두 군데 있다.
‘남의사람이’, ‘너와의영원한 사랑’이다. - ‘남에 사람이’, ‘너와에 영원한 사랑’보다는 ‘원표기 음가’인 ‘남의 사람이’, ‘너와의영원한 사랑’으로 낭송하는 것이 좋다.

[띄어읽기와 끊어읽기]
이 시는 작가가 ‘율행’으로 배열을 하여 특별히 주의해야할 부분이 없다.
‘시행’에 따라 감정조절을 하면서 낭송하면 별 무리가 없다.

[중요 낱말 및 시어 시구 풀이]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 음악의 악보.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 역설적으로 표현.

[낭송의 실제]

사모 / 시 작가미상. 낭송 ○○○.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사랑을 ː 사랑하엳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ː 할 ː리 나마읻쓰믈 아라쓸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시는 ː 나믜(ː라미 되어 이썯따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스므로 주기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당시는 ː리로 이러지고 이썯따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하마 ː스런 우스미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이느로만 이저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남자에게 이써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다섣 손까락 끄틀 잘라 핀물 오서늘 ː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혼자라도 외롭찌 아늘 바메 우러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ː다가 지ː 멍든 눈흘기므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자는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 자는 ː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한 자는 너와의(ː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마지막 한 자는 미리 ː고 정ː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을 위하여






[검증되지 않은 시의 낭송]
온라인 시대에 살다보니, 한 사람의 잘못된 정보 하나가 삽시간에 수천, 수만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쓰레기를 넣으면 조금도 여과 없이 그대로 흘러나온다. 정상적인 글이 글자 몇 자의 고침으로 전혀 다른 사람의 글이 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뜻의 글이 되어 전파된다. 시낭송을 하는 행위는 고급예술의 한 장르로써 책임 있는 낭송이 전제되어야 한다. 낭송가 자신의 명예와 시를 발표한 시인의 인격을 떨어뜨리는 낭송을 하여서는 안 된다. 낭송을 하기 전에 시의 출처와 원문을 꼭 확인하고 낭송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품격 낮은 시의 낭송을 자제하고 시인의 시가 훼손되는 결례를 범하지 않는 낭송이 되기를 바란다.


[한 편의 시를 완벽하게 낭송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정본 확인 작업]


한 편의 시를 완벽하게 낭송하기까지




1. 정본(定本) 확인 작업
1).정본은, 시인이 생전에 수정·보완하여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를 정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낭송을 하고자 하는 현시점에서 보면 언어의 차이, 맞춤법의 차이, 발음법의 차이 등으로 시가 다르게 해석 될 수 있으므로 낭송인은 시에 대하여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를 너무 현시점을 기준으로 이해하거나 현시점에 맞추어 고쳐서 낭송을 하게 되면 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이 왜곡되기 쉽다.
방언(사투리)이나 도구의 명칭이나 언어의 시대적 변화를 그대로 존중해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본’을 최대한 살리는 낭송을 하는 것이 좋다.


2).시를 창작한 시기의 시대적 배경이 시를 낭송하는 현시점과 너무 동떨어질 때 시를 듣는 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행사 때나 대회에 출전하는 낭송가는 시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3).‘정본’확인 작업은 꼭 지면을 통하여 하여야 한다.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확인을 할 경우 필자의 경험으로 90%이상은 오류가 있었다. ‘연’이 틀리거나 ‘행’이 틀리거나 오타로 인하여 원본이 훼손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꼭 시인의 시집이나 발표 문예지를 확보하여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지도를 하는 교육자는 ‘지도를 받는 분들은 지도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더욱더 ‘정본’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시집의 원본도 가끔 오타가 있기 때문에 발표된 지면이 여럿일 경우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비교 분석해 보는 작업도 겸해야 한다.


4).‘원본(原本)’과 ‘정본(定本)’의 이해
‘원본’은 시집이나 문예지 또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그대로의 작품을 말한다. 즉 임의로 고치거나 수정이 되지 않은 발표한 그대로의 작품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원본’은 시인이 발표한 내용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의 작품을 말하므로 시낭송을 할 때는 ‘원본’을 어디서 발췌했는지 밝혀야 한다.
‘정본’은 시인이 시를 고쳐서 다시 발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인이 살아 계실 때 마지막 수정·보완하여 발표된 것을 ‘정본’으로 본다.
시인의 사후에 임의로 고쳐서 실은 모음집이나 전집은 ‘정본’으로 보기 어렵다.


이제 ‘사모/작가미상’, ‘천년사랑/작가미상’이라고 낭송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낭송팁]






<수강생 주의사항>
1. 본 자료는 미완성 강의자료로 일부 잘못 표기되거나오탈자가 있거나잘못 설명된 곳도 있을 수 있으므로시낭송 공부의 보조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추후 잘못된 부분은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발간됩니다.


2. 본 자료의 내용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외부 공유시 저작권 위반으로 간주하여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황봉학 시인, 시낭송 교육자.>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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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별 하나 / 이 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1941년 강원도 고성 출신의 이성선 님은 1972년 <시문학> 추천시인으로 등단.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시 700여 편을 남겼으며 시집으로는 <山時>, <하늘 문을 두드리며>, <별이 비추는 지붕> 등이 있다. 2001년 6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출처
http://www.webegt.com/cgi-bin/egt/read.cgi?board=Koreanpoetry&y_number=34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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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는 내가 / 나기철

서귀포에는 내가
달맞이꽃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바다 남빛 물결에
피는 꽃
수백송이 흩으려 놓고
자지러지다가도
정작은 수줍은 달맞이꽃이
되고 싶은,

서귀포에는 내가
휘파람새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이젠 반쪽의 자리가 비어도
슬프지 않고
아침 식탁에 수저가 한 벌이어도
외롭지 않다고
잠시 휘파람새가 되어보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스물 다섯인,

서귀포에는 내가
삼매봉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어느 날 찾아가
시와 그림을 보고
한 바퀴 돌아 내려와
새섬 앞 통통배 소리처럼
떠내려가는 나를
잡아주던
그 봉우리 같은,

<마음시>
삶의 길목에서 잠시 여유를 돌릴 때 바라다보는 한라산은 언제나 넉넉하고 아늑한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그 한라산처럼 서귀포라는 말을 발음만 하고 있어도 벌써 영혼 깊숙이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달맞이꽃처럼 휘파람새 같은 삼매봉 같은 그런 여자를 서귀포에는 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그 여자를 알아보고 이름 부를 수 있는 시인은 더 행복하다. <시인 문상금>


http://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830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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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의낭ㅡ논개 / 고두영

햇빛에 떠오르면 正史가 되고
달빛에 잠기면 野史가 되거늘
햇빛 달빛도 비켜서버린
외로운 이름이여!

이젠 꽃빛 불빛으로
民衆의 가슴속 化石으로 새겨진
義娘樓에 不死鳥로 살아난 久遠의 女神
거룩한 이름이여 그 이름이여!


https://m.cafe.daum.net/jjchoe25/itwM/217?svc=cafe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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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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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 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 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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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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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고분 벽화/ 이인석

문을 열어라
맥박 치며 육박해 오는 이 생명은 무엇인가
내 안의 어느 깊은 곳에 굳게 닫힌 성문을
이처럼 줄기차게 뒤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연연 누천년..... 은밀히 묻혀 있던
우리 본연의 모습을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

청룡 백호와 괴수들이
주홍빛 입으로내뿜는 숨소리에서
봉황과 주작이 푸드득거리는 나래짓에서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
창궁과 광야를 주름잡아 비약하던 사나이들이
호랑이와 괴수를 강아지처럼 애무하던 사나이들이
살았었다는 것을
누구였던가를

석벽에서 생동하는
강인하고 거침없는 선과 선은
웅혼한 역사의 흐름.....
수양제의 백만 대군을 도륙하던 슬기와 용맹이
대륙을 제패하던 위업이
여기에 양양하게 흐르고 있다.

그것은 강이
그것은 율동
그것은 호연한 기상
발랄하고 청신한 정서
바로 그것은 눈부신 생활.....

우뚝 우뚝 솟은 기암을 에돌며
굽이쳐 흐르는 주옥의 물결
맑은 아침 햇빛 속에 노루와 사슴들이
불로초 그늘을 넘노는 이 터전은
본시 무릉도원이런가
비선emf(flying angels)이 청조(biue birds)를 멍에하고
운산(mountain wrapped in clouds)을 날아 넘는다.

가벼운 옷자락을 미풍에 나부끼며
꽃잎의 맨발로 구름을 헤쳐 날으는
피리부는 여인이여
어느 오묘한 가락 있어
산천초목과 짐승마저 황홀케 하였는가
붉은 천도(red mythical peaches)를 따는 선녀여
어느 영원의 문 앞으로 손짓하려는가.

그것은 환희
그것은 사랑
그것은 현묘한 조화
다함 없는 아름다운 꿈
바로 그것은 무한한 가능.....

문을 열어라
우리의 피와 핏속을 질주하는
고구려의 모습을
오늘에 살아서 맥박 치며 육박해 오는
찬란한 생명을
지금에야 알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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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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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만세 / 이근배


하늘의 일이었다
처음 백두대간을 빚고
해 뜨는 쪽으로 바다를 앉힐 때
날마다 태어나는 빛의 아들
두 손으로 받아 올리라고
여기 국토의 솟을대문 독도를 세운 것은

누 억년 비, 바람 이겨내고
높은 파도 잠재우며
오직 한반도의 억센 뿌리
눈 부릅뜨고 지켜왔거니
이 홀로 우뚝 솟은 봉우리에
내 나라의 혼불이 타고 있구나

독도는 섬이 아니다
단군사직의 제단이다
광개토대왕의 성벽이다
바다의 용이 된 문무대왕의 뿔이다
불을 뿜는 충무공의 거북선이다
최익현이다, 안중근이다, 윤봉길이다
아니 오천년 역사이다
칠천만 겨레이다

누가 함부로
이 성스러운 금표禁標를 넘보겠느냐
백두대간이 젖을 물려 키운 일본 열도
먹을 것, 입을 것을 일러주고
말도 글도 가르쳤더니
먼 옛날부터 들고양이처럼 기어와서
우리 것을 빼앗고 훔치다가
끝내는 나라까지 삼키었던
그 죄값 치르기도 전에
어찌 간사한 혀를 널름거리는 것이냐

우리는 듣는다
바다 속 깊이 끓어오르는
용암의 소리를
오래 참아온 노여움이
마침내 불기둥으로 솟아오르려
몸부림치는 아우성을
오냐! 한 발짝만 더 나서라
이제 독도는 활화산이 되어
일본 열도를 침몰시키리라
아예 침략자의 종말을 보여주리라

그렇다
독도는 사랑이고 평화이고 자유이다
오늘 우리 목을 놓아 독도 만세를 부르자
내 국토의 살 한 점 피 한 방울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서로 얼싸 부둥켜안고
영원한 독도선언을 외치자
하늘도 땅도 바다도 목청을 여는
독도 만세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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