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노래 / 이 근 모
나는 대한의 흙
당신이 밟고 있는 이 땅엔
민족의 노래가 자랍니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익을 대로 익은 배달의 혼
찔레꽃 하얀 가슴에
당신과 나, 손잡고 서 있습니다
이 땅에 선을 그어 갈라선
당신과 나 슬픈 그리움에
사랑한다는 역설을 안고
만남의 장소에 나와
계절마다 풍성한 향기로
당신을 맞아들입니다
골 깊은 역사를 메꾸기 위한 몸부림
내 마음속 달궈온 몽돌을
뜨겁게 불 지펴 당신께 바칩니다
서로의 마음 비워 살가운 이 가을
우리의 사랑 핏물처럼 단풍 드는데
그간의 헤어진 한 세기 눈물
손수건 향수로 펄럭입니다
조국이라 부르는 한반도 깃발
흙의 노래여
역사의 정통성은 어디서 찾을까요
광활한 만주 땅 우리의 흙으로
서럽게 웁니다
그러나
만남 그 자체 더욱 크기에
봉숭아 꽃초롱 섬섬히,
내 어머니 옷고름 피워냅니다
우리는 만나야 하니까요
이 가을 흔드는 깃발
가을맞이 눈부신 흙의 역사입니다.
2018.9.14.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 뉴스를 듣고 쓰다.
* 작가 노트
시제 흙의 노래는 땅 표면에 퇴적된 물질이 어느 땅에 퇴적되어 있는 흙인가를 상기시켜 그 흙에서 숨 쉬는 민족의 정신을 흙과 하나로 보고 민족의 정체성을 상기시켜 보고자 쓴 시다.
우리 민족은 한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민족이다.
만주 벌판까지 우리 땅 우리의 흙이었던 광활했던 기상이 한반도라는 땅의 흙으로 정착화 되면서 한을 민족의 정체성처럼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찔레꽃과 봉선화이다. 찔레꽃은 배고픔과 부모 세대의 한, 봉선화는 일제 식민지 시절의 나라 잃은 한의 이미지가 있는 꽃이다.
이러한 민족의 정체성이 되는 밑바탕의 그림으로 찔레꽃과 봉선화의 이미지를 시어로 하여 광활한 만주 땅까지 지배하던 우리 민족이 한반도로 축소되고 그 축소된 땅에서 또다시 분단된 조국을 흙의 마음으로 발상전환해서 남북의 땅에 존재하는 흙은 동질의 한반도의 흙이라는 의미를 새겨 하나라는 의미와 함께 만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새겨보는 시다.
이근모 시인은『월간 문학공간』으로 시 등단, 『현대문예』시조 등단하였으며 광주시인협회 회장 역임, 세계모던포엠작가 회장, 세종문화예술대상 문학상 등 다수 수상하였다. 광주 시집으로『12월32일의 노래』외 9권, 공저 다수, 칼럼집으로 이근모의 『시와 이야기』등을 상재 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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