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 황봉학


배동바지가 되면 뻘대추니처럼 고추잠자리가 날고
발김쟁이 같은 족제비가 밤마실을 쏘다닌다
백일홍은 계명워리처럼 어정잡이 같은 벌
모도리 같은 나비를 불러
풋바심하듯 밀애를 즐기고
도사리처럼 떨어지는 꽃잎은 그래도 백일은 붉다
매나니 먹은 삽살개도 발정을 구듭하느라
옆집 암캐를 불러들여 꽃잠에 들고
헤살부리는 생쥐는 지레 겁을 먹고 사로잠에 든다
군치리에서 취한 할아비가 다림방에서 사온
돝살 한 근이 할미의 고쟁이를 벗기고
얼치기 사랑놀이가 바라지를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놀라
하리들어 반둥건둥 얼락배락해버리고
그래도 배시시 웃는 할미가 어여쁜지
징거둔 호박잎 쑤셔 넣고 곰방대에 불을 붙여
할미에게 건네고 잡살뱅이 가득한 등잔불 아래
밤이 늦도록 가재기 사랑을 썰레놓는다.


ㅡ《월간문학》2016년 12월호


ㆍ갈: 가을
ㆍ배동바지: 벼, 보리 따위의 이삭이 나오려고 대가 불룩해질 무렵.
ㆍ뻘대추니: 제멋대로 짤짤거리고 쏘다니는 계집아이

ㆍ발김쟁이: 명사_ 못된 짓을 하며 마구 돌아다니는 사람.
ㆍ족제비: [족쩨비]
ㆍ밤마실: 명사_ 밤에 이웃이나 집 가까운 곳에 놀러 가는 일.

ㆍ계명워리: 명사_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ㆍ어정잡이: 명사_ 겉모양만 꾸미고 실속이 없는 사람.

ㆍ모도리: 명사 빈틈없이 아주 야무진 사람.
ㆍ풋바심하다: 동사 농업 채 익기 전의 벼나 보리를 미리 베어 떨거나 훑다.

ㆍ도사리 1: 명사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

ㆍ 매나니: 반찬 없는 맨밥.
ㆍ구듭: 명사 귀찮고 힘든 남의 뒤치다꺼리.
ㆍ꽃잠: 1.명사 깊이 든 잠.
2.명사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

ㆍ헤살부리다
ㆍ사로잠:명사 염려가 되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하며 자는 잠.

ㆍ군치리: 명사 개고기를 안주로 술을 파는 집.
ㆍ다림방[다림빵] 1 다림房: 명사 다리미질을 하도록 꾸며 놓은 방.
ㆍ얼치기:
1.명사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
2.명사 이것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
3.명사 탐탁하지 아니한 사람.
ㆍ바라지 2: 1.명사 건설 방에 햇빛을 들게 하려고 벽의 위쪽에 낸 작은 창. 쌍바라지, 약계바라지 따위가 있다.
2.명사 건설 누각 따위의 벽 위쪽에 바라보기 좋게 뚫은 창.
ㆍ반둥건둥: 부사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중도에서 성의 없이 그만두는 모양.
ㆍ얼락배락하다: 동사 성했다 망했다 하다.
ㆍ징기다 ( 활용형: 징겨두다 ): 타동사 방언 ‘간직하다’의 방언(경상)
ㆍ잡살뱅이: 명사 여러 가지가 뒤섞인 허름한 물건.
ㆍ가재기: 명사 튼튼하게 만들지 못한 물건.
ㆍ썰레놓다:동사 안 될 일이라도 되도록 마련하다.

※처음 본 단어들로 가득찬 시를 읽었다. 전문적으로 우는 법 익혀야 하리~ 란 문정희 시인의 《곡비》가 떠올랐다. 우리말도 꾸준히 공부해야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림방’을 ‘㉠다리미질 하도록 꾸며 놓은 방’, ‘㉡푸줏간의 잘못된 표현(다림방02 → 푸줏간)’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림방’을 ‘고급 음식점’을 의미하는 낱말로 보지 않고 있으며, ‘고기를 파는 가게’를 의미할 때는 ‘다림방’이 아닌 ‘푸줏간’으로 표현하도록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배동바지" 시기는 벼와 보리의 생장 주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기에 해당합니다:

- **벼**: 벼의 배동바지 시기는 보통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입니다. 이는 벼가 이삭을 맺기 직전의 시기로, 이 시기에 벼의 대가 불룩해지기 시작합니다.
  
- **보리**: 보리의 경우, 배동바지 시기는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입니다. 이는 보리가 이삭을 내기 직전의 시기로, 이 시기에 보리의 대가 불룩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시기는 기후와 재배 환경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별로 배동바지 시기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포송이야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둑심보 / 이정록  (0) 2024.07.03
정방사에서 / 김도솔  (0) 2024.06.28
나는 말을 잃어버렸다 / 조오현  (0) 2024.06.27
봄, 이성부  (0) 2024.03.11
저승 문 / 이정하  (0) 2021.02.03
Posted by 시요정_니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