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일기 / 김년균

 

하늘과 무슨 인연 있기로

세상 기슭에 내려와

차갑고 먼 길,

줄기찬 비바람 맞고 있다.

 

하늘 밖으로 해와 달은 빙빙 돌고,

허공에 줄줄이 떠올라 곡예를 부리는

신기한 별들, 혹은 땅에서도 그만큼 솟은

사람들을 그리며,

꽃으로 보답하고자

향기도 전하고자

밤새워 마음을 닦았으나

 

아무 소용 없고,

남은 길 중턱도 못 오른 채

주저앉고 마느니,

저들의 광대도 못 되었구나.

 

뒤에서 기다리는 이에게

아픈 상처만 남겼구나.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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