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신석정

 

 

피 묻은 발자욱이사

새삼 돌아볼 겨를도 없다.

아아라한 만첩청산을

만첩청산을 굽이돌아

철 철 철 흘러가는

저 푸른 강물을 보리로다.

 

가슴 깊이 간직해 둔

눈물겨웠던 이별 또한

구름과 더불어 왕래하는

구김살 없는 저 학두루미의

학두루미의 노래에 부쳐

하늘 멀리 보내도 좋으리라.

 

다만 오는 날을 위하여

벅찬 설계를 가다듬어야 하거늘

오염된 문명을 믿을 수는 없다.

그 문명 속에 허덕일 수도 없다.

소슬한 솔바람 소리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리라.

 

별들의 참한 이야기

잇따라 들려오고

꽃그늘에 오고가는

너그러운 햇살이 지키는 속에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우리 부신 꿈과 생시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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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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