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신석정

 

 

상나무가 둘러 있는 마을 샘에서는 숲안떡이랑 양년이네 언니랑 그 지긋지긋한 감저순과 봄내 먹어 내던 쑥을 헹기면서 돌쇠엄마가 가엾다고들 이야기하였다.

 

옥 같은 서리쌀밥에 저리지를 감아 한 사발만 먹고프다던 돌쇠엄마는 해산한 뒤 여드랠 꼬박 감저 순만 먹다가 그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감저순은 속을 몹시 깎아낸다는 이야기, 그러기에 흉년 너무새론 쑥을 덮어먹을 게 없다는 이야기, 소같이 마냥 먹어내던 쌀겨도곤 차라리 피를 훑어 죽을 끓여 먹는 게 낫다는 이야기…….

 

샘을 둘러 서 있는 상나무에서도 감저순과 쑥 내음새가 구수하고 마을 아낙네의 새로운 생존철학 강의에서도 너무새 내음새가 자꾸만 풍겨온다

 

하늘이여

피가 돌기에 마련이면

어찌 독새기를 먹어야 하는 가뭄과 농토를 앗아가고 쌀겨를 먹이는 물난리와 자맥을 먹는 벼이삭에 몹쓸 바람을 보내야 하는가

 

가을도곤 오는 봄을 근심하는 마을 아낙네의 서글픈 이야기가 오늘도 내일도 퍼져가는 한 지구는 영원히 아름다운 별일 수 없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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