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는 내가 / 나기철

서귀포에는 내가
달맞이꽃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바다 남빛 물결에
피는 꽃
수백송이 흩으려 놓고
자지러지다가도
정작은 수줍은 달맞이꽃이
되고 싶은,

서귀포에는 내가
휘파람새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이젠 반쪽의 자리가 비어도
슬프지 않고
아침 식탁에 수저가 한 벌이어도
외롭지 않다고
잠시 휘파람새가 되어보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스물 다섯인,

서귀포에는 내가
삼매봉이라고 부르는 여자가 있다
어느 날 찾아가
시와 그림을 보고
한 바퀴 돌아 내려와
새섬 앞 통통배 소리처럼
떠내려가는 나를
잡아주던
그 봉우리 같은,

<마음시>
삶의 길목에서 잠시 여유를 돌릴 때 바라다보는 한라산은 언제나 넉넉하고 아늑한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그 한라산처럼 서귀포라는 말을 발음만 하고 있어도 벌써 영혼 깊숙이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달맞이꽃처럼 휘파람새 같은 삼매봉 같은 그런 여자를 서귀포에는 늘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그 여자를 알아보고 이름 부를 수 있는 시인은 더 행복하다. <시인 문상금>


http://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830



Posted by 시요정_니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