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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이근배 전국시낭송대회

예선용 애국시 33

 

01.      역사에 대하여

02. 공광규   파주에게

03. 곽재구   김치찌개 평화론

04. 김광섭   나의 사랑하는 나라

05. 김규동   용광로에 불을

06. 김남조   무명 영령은 말한다.

07. 도종환   6월이 오면

08. 박두진   청산도

09. 박종래   우리는 하나

10. 변영로   논개

11. 허형만   녹슨 철조망에 달맞이꽃은 기대어 피고

12. 손해일   고슴도치의 사랑

13. 송수권   풍장(風葬)

14. 신경림   끊어진 철길

15.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16. 신석정   대숲에 서서

17.      그날이 오면

18. 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

19. 오세영   노래하리라

20. 유치환   울릉도

21. 이길원   철조망에 걸린 편지

22. 이육사   광야

23. 윤동주   별 헤는 밤

24. 이근모   고려인

25. 이근배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26.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7. 전봉건   뼈저린 꿈에서만

28. 정호승   백두산

29. 조지훈   안중근 의사 찬

30. 조태일   국토서시

31. 한석산   나의 조국

32. 한용운  님의 침묵

33. 허영자   그 눈부심 불기둥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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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역사에 대하여 / 고은

 

우리 민족

4천년 동안이나 미완성입니다

대개 역사가들은 고려에 이르러

민족이 완성되었다 합니다

아닙니다

통일신라 통일 아닙니다

통일신라야말로 분단입니다

그야말로 종속이었습니다

깊이깊이 분열이었습니다

일제 40

남북분단 40

이제야말로

우리 민족 완성될 때입니다

재통일이 아니라

 통일입니다

그래서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번 통일은

남북뿐 아니라

동서남북 남동동 북북서까지

구석구석 잔뿌리까지

4천년 이래 생전 처음이자

온전한 통일입니다

4천년의 미완성으로 완성합니다

추가령 지구대 들국화 하나하나여

내가 그대들을 노래할 

그날이야말로

우리 민족 크리스마스입니다

선통일이여

후통일이여

지금 잘못되면  죄입니다

어린이 앞에서

애국자여 그대들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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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파주에게 / 공광규                      

 

파주너를 생각하니까

임진강변 군대 간 아들 면회하고 오던 길이 생각나는군

논바닥에서 모이를 줍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나를 비웃듯 철책 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던

그러더니 나를 놀리듯 철책 선을 훌쩍 넘어오던 새떼들이

 

새떼들은 파주에서 일산도 와보고 개성도 가보겠지

거기만 가겠어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일본과 지나 반도까지 가겠지

거기만 가겠어

황해도 평안도를 거쳐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도 가겠지

 

그러면서 비웃겠지 놀리겠지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수십 년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 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소문내겠지

한반도에는 바보 정말 바보들이 모여 산다고

 

파주너를 생각하니까

철책선 주변 들판에 철새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알겠군

자유를 보여주려는 단군할아버지의 기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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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김치찌개 평화론 / 곽재구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 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춧잎을 닮은 딸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얘기할 때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Z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할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 위에 시든 김치 고추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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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나의 사랑하는 나라 / 김광섭

 

지상에 내가 사는 한 마을이 있으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이러라

 

세계에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만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부딪혀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디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나는 종처럼 이 무거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혀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연히 피리라

이는 또한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이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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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용광로에 불을 / 김규동

 

남과 북이 손잡는 날 우리는 사람이 된다

북조선 사람이 남조선 사람 끌어안고 울 때

그때 진정 사람이 된다

얼마나 고생했느냐고

얼마나 설움 많은 세월을 보냈느냐고

어이어이 울어댈 때

반도 삼천리에 햇살이 퍼져

이슬 머금은 산천초목은 일어선다

웃음도 눈물도 하나로 뒤범벅되어

조선의 아들딸들은 새사람 된다

이 땅의 참주인 된다

다시 사는 그 세상

돈 때문에 죽는 일도 없고

돈 때문에 괄시 받는 일이 없고

돈 때문에 거짓을 행할 일도 없는 세상에

온몸으로 누리게 된다

사랑하리라 무릎 꿇고 뉘우치리라

그러면서 천년만년 아름답게 살리라

남에서 북에서

용광로는 끓어 넘쳐

이제 같은 시각 같은 비등점에서

넘치는 쇳물을 흘릴 준비는 되었다

쇳물을 쏟아 붓자

쇳물 흘려 부어 한 덩어리가 되면

다시 흩어짐 없는 한 덩이가 되면

우리는 산이 되고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고

빛나는 눈동자 껌벅이며

조국은 새롭게 일어선다

벗이여 불을 당기자 용광로에

남에서 북에서

흐르는 쇳물 쏟아 부을 준비는 다 되었다

불을 당기자 더욱 세차게

이제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우리들의 용광로에 불을 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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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무명 영령은 말한다 / 김남조

 

나는

가고 싶던 곳 내쳐 못가고

예 와서 쓸쓸히 누웠느니라

나는

하고 싶던 말 못내 말 못하고

기막힌 벙어리로 누웠느니라

 

포성이 하늘을 뚫는 싸움터

물밀 듯 밀고 밀어 원수를 쫓던 나날

내 나라와 내 겨레를 지켜야한다는

뜨거운 마음하나 솟구치는 불더미와 다를 바 없어도

 

칡넝쿨에 휘어 덮인 산골 우물 모양

속 깊이 맑고 맑게 개피 던 생각

오가는 총탄 속에도 잊을 길 없어

눈 아프게 삼삼히 보고 싶던 얼굴

그 사람도 나는 두고 예 와서 검은 흙에 묻혔느니라

 

천지를 쪼개놓듯 치열한 전투에

빗발치듯 오가는 백 천의 포탄

그 하나가 내 가슴을 쏘아 피 흘리던 날

마구 내 뿜는 선지피 흥건히 풀에 물들고

못 박히듯 내 생명 그곳에 멎을 때

서럽 디 섧게 감기는 눈자위는

한줄기 하얀 눈물 흘렸느니라

 

내가 죽은 후론 이름 모를 전사

이름을 모르매 새길 비문도 없이

차라리 더 조촐한 내 영혼의 모습

 

하늘 푸르름을

이리도 시원스레 덮고 누워서

내 나라여

내 겨레

내 사람아 편안하라

밤낮으로 빌고 빌며

하 세월 이렇게 누웠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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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6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 산천을 따라 밀 이삭 마늘 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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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우뚝 솟은 푸른 산아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숱한 나무들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둥둥 산을 넘어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너멋 골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푸른 산아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나는 가슴이 울어라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어쩌면 만나도질볼이 고운 사람이난 혼자 그리워라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가슴 맑은보고지운 나의 사람달밤이나 새벽녘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달 가고밤 가고눈물도 가고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난 그리노라너만 그리노라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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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우리는 하나 / 박종래

 

사계절 조화롭게 금수강산 뿌리내린 유구한 역사

백두 한라 이어온 혈맥 단군의 후예

영원불멸의 혼불이여

 

 ! 들리는가

광활한 만주벌판 우렁차게 호령하던

광개토태왕의 말발굽소리

세종대왕의 지혜 이순신 장군의 충정

대대 이어와 불덩이 되어 차오른 내조국의 얼

그러나 지금은 내 조국 내 겨레 등지고서서

오고 가지 못하는 이 아픔

이제는 오대양 육대주 넘나드는 세계가 하나인데

우리는 어이해 동강난 허리에 철조망 두르고

멈춰선 기관차의 녹슨 아우성 해방둥이보다 훌쩍 자란

무성한 들풀들만 흐느끼고 있구나

 

그러나 이제형제여 자매여!

산줄기 실개천이 어우러져 도도하게 흐르러

기적 이룬 민족의 젖줄 저 푸르른 물줄기 한강

은어 황어 노니어 은빛 금빛 푸르게 건져 민초의 한을 씻는다

봄바람은 서서히 뼈 철망 속 갈대숲에서 피어난다

여전히 하나인 하늘에 비구름도 새들도 오고 간다

그래 가리지 말자 남과 북 우리는 하나다

반세기 넘게 누운 세월 깨워 티 없이 맑게 씻어버리자

 

우리이제 손에 손 맞잡고 가슴 활짝 열고 달려 나가자

억압의 삼십육 년 강점기에도

안중근 의사는 육혈포로

유관순 열사는 태극기로

윤동주 시인은 펜으로 지켜온 이 나라

그 숭고한 혼 불 살려 힘 모아 줄달음치는 날

우리 조국 온 누리에 으뜸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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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논개 /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강낭콩꽃 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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