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식당 / 백석
아이들 명절날처럼 좋아한다.
뜨락이 들썩 술레잡기, 숨박꼭질,
퇴 우에 재깔대는 소리, 깨득거리는 소리.
어른들 잔치날처럼 흥성거린다.
정주문, 큰방문 연송 여닫으며 들고 나고
정주에, 큰방에 웃음이 터진다.
먹고 사는 시름 없이 행복하며
그 마음들 이대도록 평안하구나,
새로운 동지의 사랑에 취하였으매
그 마음들 이대도록 즐거웁구나.
아이들 바구니, 바구니 캐는 달래
다 같이 한부엌으로 들여 오고,
아낙네들 아끼여 갓 헐은 김치
아쉬움 모르고 한식당에 올려 놓는다.
왕가마을에 밥은 잦고 국은 끓어
하루 일 끝난 사람들을 기다린데
그 냄새 참으로 구수하고 은근하고 한없이 깊구나
성실한 근로의 자랑 속에ㆍㆍㆍ
밭 갈던 아바이, 감자 심던 어머이
최뚝에 송아지와 놀던 어린것들,
그리고 탁아소에서 돌아 온 갓난것들도
둘레둘레 둘려 놓인 공동 식탁 우에,
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
<백석 만의 개성>
음식의 이름
음식의 냄새
음식의 맛
온갖 종류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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