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의 戀歌  / 문병란

온 얼굴을 찡그려 보아도 
끝내 말이 되어 나오지 않고 
온 가슴을 쥐어짜 보아도 
끝내 노래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손바닥 펴보이듯 
내 가슴 당신 앞에 
환히 보여 줄 수 있을까? 
시월의 과수원 우으로 
조용히 떠오르는 달 
말이 없어도 
온 몸으로 말하는 
한 떨기 풀꽃이고져... 

어떻게 하면 
응혈지고 뒤틀린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인  슬픔을 
실꾸리 풀 듯 
당신의 발아래 펼칠 수 있을까. 

한 송이 꽃으로 피워낼 수 없는 
맵고 독한 나의 눈물, 
바다처럼 출렁이지 못하는 
피아픈 나의 가슴을 열어 
안아도 안아도 안을 길 없는 임이여. 

온 누리 어둠만 에워싸는데 
나의 아씨는 
어디서 머리털 깍이우고 
심한 구박 모진 매에 울고 있을까. 

나는 이 밤도 
온 몸으로 우는 벙어리 
조국은 슬픈 아씨의 운명인데 
온 가슴 쥐어짜 보아도 
온 얼굴 찡그려 보아도 
끝끝내 노래가 되지 않는다 
끝끝내 대답이 되지 않는다.


시인의 간 / 도서출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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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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