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갈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 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 땅에 묻는다.

뭇: 관형사_ 수효가 매우 많은.
헛하다: 동사_일을 아무런 보람 없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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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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