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목 / 고영민
한나절 새끼 낳을 곳을 찾아 울어대던
고양이가 잠잠하다
잠잠하다
불을 지피려 아궁이 앞에 앉으니
구들 깊은 곳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야옹지다
오늘밤, 이 늙은 누대(累代)의 집은 구들 속
새끼를 밴 채 진통이 심하겠다
불 지피지 마라
불 지피지 마라
냉골에 모로 누워 식구들은 잠들고
나 혼자 두렷이 깨어
바닥에 귀 대노라면
내 귀 달팽이는 감잎만큼 커졌다가
연잎만큼 커졌다가
쉿, 누가 들을까
어미는 발끝을 든 채 새끼를 물어
눈 못 뜬
자리를 옮기고 또,
자리를 옮기고
ㅡ고영민 시집《공손한 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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