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처음 보고 / 김병연
金笠時 - 김립시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 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 거요.
女人時 - 여인시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김립: 김병연, 김삿갓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 김병연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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