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새 / 오규원
떡갈나무 하나가
떡갈나무로 서서
잎과 줄기를
잎의 자리와 줄기의 자리에
모두 올려놓았다
그 자리와 자리 사이로
올 때도 혼자이더니
갈 때도 혼자인
어치가
날다가
갈참나무가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산을 걷다보면 잎이 넓고 키가 작은 떡갈나무가 보인다.
잎과 줄기가 포개진 좁은 공간 사이로 부스럭 소리가 난다.
키 큰 갈참나무가 얇고 길쭉한 잎을 켜켜이 쌓아 놓은 자리 사이로
올 때도 혼자이고 갈 때도 혼자인 새가 보이다가 금새 사라진다.
그 사이엔 어치 대신 갈참나무 잎이 자리를 잡는다.
이미지는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여 옮겨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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