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당신은 진정 고아일다 / 유치환
나의 눈을 뽑아 북악의 산성 위에 높이 걸라
망국의 이리들이여
내 반드시 너희의 그 불의의 끝장을 보리라
쓰라린 쓰라린 조국의 오랜 환난의 밤이 밝기도 전에
너희 다투어 그를 헐벗기어 아우성치며
일찌기 원수 앞에 떳떳이 쓰지 못한 환도(環刀)이어든
한낱 사조(思潮)를 신봉하여
골육의 상쟁을 선동하여 불놓기를 서슴지 않고
보잘것 없는 제 주장을 고집하기에
감히 나라의 망함은 두러하지 않나니
매국이 의를 일컫고
사욕(私慾)의 견구(犬狗)는 저자를 이루고
오직 소리 소리 패악하는 자만이 도도히 승세하거늘
나의 눈을 뽑아 북악의 산성 위에 높이 걸라
일찌기 악한 것이 끝내 영화하고
불의가 의를 낳음은 보지 못했느니
오늘에 이르러 너희의 행패가
드디어 또한번 원수를 이 땅에 이끌어
그 무도한 발길에 무찔러 조국의 산하가 마르고
사직의 주추에 잡초가 더욱더 우거지고
망국의 성터 위에 별들이 모여 떠는
수많은 겨레의 생령이 죽어 가는 일이 다시없기를
아아 뉘가 어찌 기약하료
내 반드시 너희의 이 불의의 끝장을 보리라
---그러나 조국이여
양춘(陽春)이라 봄이 오면
아지랑이 날으는 이 강산에
진달래 철 따라 피어 널림이
아아 서럽지 서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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