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눈동자 / 곽재구
조선의 눈동자들은 황룡들에서 빛난다
그날 우리들은
짚신발과 죽창으로
오백년 왕조의 부패와 치욕
맞닥뜨려 싸웠다
청죽으로 엮은
장태를 굴리며 또 굴리며
허울뿐인 왕조의 야포와 기관총을
한판 신명나게 두들겨 부쉈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은 오직 하나
복사꽃처럼 호박꽃처럼
착하고 순결한 우리 조선 사람들의
사람다운 삶과 구들장 뜨거운 자유
아, 우리는
우리들의 살갖에 불어오는
한없이 달디단 조선의 바람과
순금빛으로 빛나는 가을의 들과
그 어떤 외세나 사갈의 이름으로도
더럽혀지지 않을
한없이 파란 조선의 하늘의
참주인이 되고자 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와 손주가
한상에서 김나는 흰쌀밥을 먹고
장관과 머슴과 작부가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민들레와 파랑세가 우리들의 황토언덕을
순결한 노래로 천년 만년 뒤덮는 꿈을 꾸었다
조선의 눈동자들은
황룡들에서 빛난다
그 모든 낡아빠지 것들과
그 모든 썩어빠진 것들과
그 모든 억압과 죽음의 이름들을 불태우며
조선의 눈동자들은 이 땅 이 산 언덕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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