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아리랑 / 한석산


  천년을 흘러도 한 빛깔, 물 파랑 쳐 오는
  갈기 세운 물소리 조국의 아침을 깨운다.

  한강 1300리 물길 하늘과 땅 이어주는
  구름 머문 백두대간 두문동재 깊은 골
  뜨거운 심장 울컥울컥 꺼내놓는 용틀임 춤사위
  우리 겨레의 정신과 육신을 가누는
  민족의 젖줄 한강 발원지 여기 검룡소.

  큰 물줄기 맑고 밝게 뻗어 내리는
  골지 천과 아우라지 조양 강 휘돌아 친 두물머리 이끈
  한강 한복판에 떠 있는 선유도 갈대숲
  물새 둥지 튼 그 속에서도 꽃피웠네.

  대한민국 서울 기적 이룬 한강
  굴절된 역사의 아픈 눈물 삼키며 제 몸 뒤집는다.
  이런 날에 우리 다 같이 부르는 가슴 벅찬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우리 가는 곳 어딘지 몰라도
  가버린 것들은 허망하게 아름다운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청동기 문화를 세운, 오늘날 우리 민족의 선조
  이 땅 순한 백성들이 원시생활 하던 시절부터
  강에 안기던 사람 품을 내주던 강
  세월이라는 깊은 강가에 서면 고요한 강물이 내 영혼을 끌고 가네.

  먼 옛날 삼각산 소나무 아래 어매 아배 뼈를 묻고,
  삽을 씻으며 민초의 한을 씻던 아리수
  넓고 깊은 어머니 가슴 강물도 차운 날에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젖가슴 여미는 어머니 가슴 헤집는 젖둥이
  온갖 풀꽃 향기에 젖은 물가에 앉아 있어도 목이 마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한석산 시집, "풍금", 한국문학신문,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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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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