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식당 / 백석
아이들 명절날처럼 좋아한다.
뜨락이 들썩 술레잡기, 숨박꼭질,
퇴 우에 재깔대는 소리, 깨득거리는 소리.
어른들 잔치날처럼 흥성거린다.
정주문, 큰방문 연송 여닫으며 들고 나고
정주에, 튼방에 웃음이 터진다.
먹고 사는 시름 없이 행복하며
그 마음들 이대도록 평안하구나,
새로운 동지의 사랑에 취하였으매
그 마음들 이대도록 즐거웁구나.
아이들 바구니, 바구니 캐는 달래
다 같이 한부엌으로 들여 오고,
아낙네들 아끼여 갓 헐은 김치
아쉬움 모르고 한식당에 올려 놓는다.
왕가마을에 밥은 자고 국은 끓어
하루 일 끝난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그 냄새 참으로 구수하고 은근하고 한없이 깊구나
성실한 근로의 자랑 속에···
밭 갈던 아바이, 감자 심던 어머이
최뚝에 송아지와 놀던 어린것들,
그리고 탁아소에 돌아 온 갓난것들도
둘레둘레 둘려 놓인 공동 식탁 우에,
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
-백석, '공동식당'전문("조선문학", 1959년6호)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 / 백석
송아지들은 캄캄한 밤 깊은 산속도 무섭지 않습니다.
승냥이가 와도 범이 와도 아무 일 없습니다.
송아지들은 모두 한데 모여 한마음으로 자니까요.
송아지들은 어려서부터도 원쑤에게 마음을 놓지 않으니까요.
백석,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부분("아동문학", 1960년5호)
소나기 / 백석
소나기는 좋아라고 덤벼들어서
욱이의 머리를 다 적셔 주고
욱이의 두 볼을 다 적셔 주고
욱이의 책보와 신발도 다 적시였다
그리고 소나기 길이 바쁜 듯
앞서 가며 욱이를 돌아보고
"학교에 늦어지면 인젠 알았지?
언제나 따라와서 적셔 줄 헤야!"
-백석, '소나기'전문("소년단", 1956년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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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문학에서조차 정치적 색채,
이념적 경향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한 백석
시에 대한 의욕을 잃은 그는
1962년 이후 문단에서 자취를 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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