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책 / 이승현
아버지 가신 뒤에 아버지가 보였다
텅 빈 방안에 덩그러니 걸린 모자
육이오 참전빼지가 촉촉하게 젖었다
아버지가 써 주신 어머니 지방과 제문
밤마다 울렁이던 기침소리 그리워라
나 홀로 이 적막강산을 어이 이어 가리
살아 계실 제 못한 것 왜 이리 많은지
삐뚤삐뚤 써내려간 먹물 번진 일기장
평생을 안고 살아갈 내게 남은 치부책
ㅡ계간 《시와소금》(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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