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 민병도

시조 2024. 2. 9. 23:17

삶이란 / 민병도

들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

청령포-단종 생각 / 이정환

뇌리에 박힌 섬 지워버릴 수가 없듯 그 섬을 지키는 노송 우러를 수밖에 없듯 목선에 실려 온 세월 젖어 더욱 시리다

물 위에 뜬 섬은 꿈쩍도 못하고 만의 닻으로 붙들어 매여 꿈쩍도 못하고 강물은 아랑곳없이 저문 벼랑 푸르게 친다

홀로 떠나는 길 서걱거리는 억새 숲 강물에 죄다 쏟아버릴 수는 없어 그 슬픔 뱃전에 어린 노을로 타오른다

돌 자갈 무수히 바스러져 흩날리듯 온천지 가득히 함박눈 뒤덮던 날 저 홀로 울음 우는 섬 즈믄 산을 넘는다


- 이정환, 「청령포-단종 생각」 전문 (시조미학, 2021 봄호)

https://m.blog.naver.com/dongsi-nanum/222511414077

이정환 시인, '제5회 외솔시조문학상' 수상

‘제5회 외솔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이정환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조 「청령포-단종 생각」 외 4편...

blog.naver.com



https://me2.do/FDXKYj4G

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땅 ‘영월 단종 유배지’> 여행기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korean.visitkorea.or.kr


https://youtu.be/5Ep40-vnaCI?si=ZnCFVE6suwLW0SJA

https://youtu.be/mbmZRqbK7Po?si=69qE0AKpN-fOKz0-

https://youtu.be/tlWfP6r7JZY?si=ZnWq-4iTsug2sd9W

https://youtu.be/dKosFP5y8OY?si=3VKIjjcjyr-y9gvJ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란 / 민병도  (0) 2024.02.09
치부책 / 이승현  (0) 2023.09.09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 윤금초  (0) 2023.07.31
약간 열려 있는 문 / 노영임  (0) 2023.02.21
내 몸은 오른쪽으로 기운다 / 권영희  (0) 2023.01.27
Posted by 시요정_니케
,

치부책 / 이승현

시조 2023. 9. 9. 13:03

치부책 / 이승현


아버지 가신 뒤에 아버지가 보였다
텅 빈 방안에 덩그러니 걸린 모자
육이오 참전빼지가 촉촉하게 젖었다

아버지가 써 주신 어머니 지방과 제문
밤마다 울렁이던 기침소리 그리워라
나 홀로 이 적막강산을 어이 이어 가리

살아 계실 제 못한 것 왜 이리 많은지
삐뚤삐뚤 써내려간 먹물 번진 일기장
평생을 안고 살아갈 내게 남은 치부책



ㅡ계간 《시와소금》(2023, 가을호)

Posted by 시요정_니케
,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 윤금초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청준 소설 ‘이어도’에서

   지느러미 나풀거리는 기력 풋풋한 아침 바당
   고기비늘 황금 알갱이 노역의 등짐 부려놓고
   이어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퉁방울눈 돌하루방 눈빛 저리 삼삼하고
   꽃멀미 질퍽한 그곳 가멸진 유채꽃 한나절.

   바람 불면 바람소리 속에 바당 울면 바당 울음 속에
   웅웅웅 신음 같은, 한숨 같은 노랫가락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아련히 바닷바람에 실려 오고 실려 가고.

   다금바리 오분재기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상한 그물 손질하며
   급한 물길 물질하며
   산호초 꽃덤불 넘어,
   캄캄한 침묵 수렁을 넘어.

   자갈밭 그물코 새로 그 옛날 바닷바람 솨솨 지나가네.
   천리 남쪽 바당 밖에 꿈처럼 생시처럼 허옇게 솟은 피안의 섬 제주 어부 노래로 노래로 굴려온 세월 전설의 섬 가본 사람 아무도 없이 눈에 밟히는 수수께끼 섬, 고된 이승 접고 나면 저승 복락 누리는 섬, 한번 보면 이내 가서 오지 않는 영영 다시 오지 않는 섬이어라.
   이어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밀물 들면 수면 아래 뉘엿이 가라앉고
   썰물 때면 건듯 솟아 푸른 허우대 드러내는
   방어빛 파도 헤치며 두둥실 뜨는 섬이어라.

   마른 낙엽 몰고 가는 마파람 쌀쌀한 그해 겨울
   모슬포 바위 벼랑 울타리 없는 서역 천축 머나 먼 길 아기작 걸음 비비닥질 수라의 바당 헤쳐 갈 때 물 이랑 뒤척이며 꿈결에 떠오른 이어도 이어도, 수평선 훌쩍 건너 우화등선 넘어가 버리고
   섬 억새 굽은 산등성이 하얗게 물들였네.

Posted by 시요정_니케
,

약간 열려 있는 문 / 노영임


언제나 내 방문은 약간 열려 있다

지나는 누구라도
삐끔,
들여다보곤

뭐해요?
말 걸 수 있게

마음도 이쯤만 열어둘까?



ㅡ연간지 『오늘의시조』(오늘의시조시인회의, 2023)

Posted by 시요정_니케
,

내 몸은 오른쪽으로 기운다 / 권 영 희
 
주먹만 한 덩어리 물혹을 떼어내고
빈자리 그 쪽으로 몸이 가만 기운다
허전한 마음을 괴어도 기우뚱거린다
 
나를 미처 내가 사랑하지 않은 죄
몸의 말에 미처 귀 기울이지 않은 죄
그 죄를 후려치고 가는 무의식의 기울기
 
저 조그만 여섯 살 알고는 있었을까
옛집 한쪽에 걸린 낡은 사진 속에서
십오도 오른쪽으로 기운 단발머리 보인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

#내방가사 #두꺼비 #도교설화 #가사동화

두꺼비가 된 월궁 항아님 /권숙희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야
요임금이 다스리던 평화로운 시대였지
지혜로운 임금님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모두 미리 눈치채고 해결을 해주었대.
기름진 땅 위에는 때맞춰 비가 오니
해마다 풍년들어 먹을 것이 넉넉했지.
걱정 없는 백성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사이좋게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큰일이 생겼단다.
갑자기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떴어.
온 세상이 뜨거워서 난리가 났지
지구상에 있던 물이 다 증발해 버렸어.
냇물과 강물은 바짝 말라 버리고
연못물도 말라서 바닥이 쩍쩍 갈라졌대.
물고기와 수초들도 다 말라 죽었지.
풀과 곡식들이 모두 다 타서 죽고
나무들도 메말라서 열매를 못 맺었대.
들짐승과 가축들도 목이 말라 죽어가니
사람들의 고통이야 너무나도 뻔하지
백성들이 죽어가자 임금님은 애가 탔어.
하늘나라에 예라는 젊은이가 있었지.
용감한 예는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어.
무엇을 향하든 목표물을 겨누어서
시위를 당기면 백발백중이었대.
요임금이 하늘나라 예에게 연락했어.
‘뛰어난 활 솜씨로 태양을 쏴 달라.’고
임금님은 정중하고 간절하게 부탁했지.
예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름답기로 으뜸가는 하늘나라 항아님이지
밝은 밤에 항아님이 달구경을 나오면
물에 비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달이 부끄러워서 숨어버릴 지경이야.
아름다운 아내와 떨어질 수 없는 예는
아내를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왔어.
인간 세상은 정말 불타는 지옥 같았지.
예는 순식간에 활과 화살을 꺼내어
하늘에서 빛나는 해를 향해 쏘았어.
심장에 화살 맞은 아홉 마리 까마귀가
금빛 날개를 퍼덕이며 땅 위로 떨어졌어.
하느님의 아홉 아들이 까마귀로 변신해서
한꺼번에 이글이글 빛을 내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까마귀는 태양의 정령이었어.
마지막에 홀로 남은 붉은 태양 하나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
화살을 하나 더 뽑아 쏘려고 하는 순간
임금님이 얼른 예의 화살을 숨겼어.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지 뭐야.
마지막 하나 남은 해마저 쏘았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암흑천지가 됐을 거야.
아홉 아들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하느님은
화가 나서 하늘 문을 꽁꽁 잠가 버렸대.
결국 인간 세상에 살게 된 예는
오직 하늘나라 백성들만의 몫인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게 됐어.
남편이 하느님의 미움을 받았으니
항아님도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지
두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싶어서
인간 세상을 자세히 수소문 해 보았어.
서쪽으로 아득히 멀리멀리 가다 보면
신선들만 사는 곳인 곤륜산이 있는데
곤륜산의 주인인 으뜸 여신 서왕모는
영원히 죽지 않고 선녀들과 살고 있대.
서왕모가 살고 있는 신비한 궁전에는
삼천 년에 하나씩만 열매가 열리는
신기한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
누구든지 그 복숭아를 한 개만 따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신비한 복숭아야
사람들은 그 복숭아를 천도라고 불렀어.
용감한 예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곤륜산까지 가서 서왕모의 환심을 사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천도를 구해왔어.
긴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온 예는
항아님의 무릎을 베고 누웠어.
신비한 천도를 품속에서 꺼내 보이며
곤륜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했어.
긴 여행 중에 겪은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지친 나머지 코를 골기 시작했어.
잠든 예를 바라보던 항아님이 생각했어.
‘나도 정말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어.
인간 세상에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닌데
당신 따라 내려왔다 이게 무슨 고생이지
신비한 복숭아는 오직 하나뿐인데
당신이 영원히 살고 내가 죽어?
내가 영원히 살고 당신이 죽어?
에라 모르겠다, 천도는 내가 먹을래.’
항아님은 살며시 남편을 내려놓고
숨겨 두었던 날개옷을 꺼내 입었어.
잠든 남편 손에 들린 천도를 몰래 들고
달나라를 향해서 잽싸게 도망쳤대.
날개옷 스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예는
천도가 없어져서 깜짝 놀라 둘러보니
항아님이 천도를 들고 저 멀리 날아가네
너무나도 화가 나서 달을 향해 활을 쐈지
힘껏 활을 쏘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가서
예가 쏜 화살은 항아님께 닿지 못했대.
화가 난 예는 마구 저주를 퍼부었어.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사악한 여편네야
징그럽고 못생긴 두꺼비로 변하여라.”
연달아 세 번이나 주문을 외었지
천도를 몰래 들고 도망간 항아님은
저주받은 징그러운 두꺼비의 모습으로
달나라 궁전에서 영원히 살게 됐지.
방아 찧는 토끼가 달나라에 살기 전에
두꺼비로 변신한 항아님이 살았으니
그 뒤로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월궁항아 같다.’는 말을 한단다.

* 달나라에 두꺼비가 산다는 도교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4.4조의 가사운율을 활용하여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동화로 엮었습니다.




ㅡ표준발음법ㅡ
넉넉했지[넝너캗찌]18항
정령[정녕]19항
곤륜산[골륜산]20항
놓는[논는]12항

[단음] 먼, 신선, 모두, 미리, 생명
[장음] 길:다, 긴:, 다:, 멀:리, 해:결, 애:타다, 주:문, 저:주, 살:다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OaBpEFk2__8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간 열려 있는 문 / 노영임  (0) 2023.02.21
내 몸은 오른쪽으로 기운다 / 권영희  (0) 2023.01.27
백두산에 올라 / 황봉학  (0) 2022.03.20
(2021년)제11회 전국시조낭송대회  (0) 2022.03.20
달밤 / 이호우  (0) 2022.03.16
Posted by 시요정_니케
,

백두산에 올라 / 황봉학


내 조국 내 겨레가 이렇게 따뜻한 것은
비바람 막아 주는 네가 있기 때문이구나
하얗게 눈(雪)으로 덮인 네 모습이 늠름하다

내 산야 내 동포가 이렇게 풍요로운 것은
푸른 물 곱게 모아 젖줄을 만들어서
꿋꿋한 우리의 땅에 피를 돌게 함이구나

우리의 마음들이 티 없이 맑은 것은
네 허리 감돌아서 정갈해진 바람들이
하루도 변하지 않고 불어주기 때문이다

나 오늘 여기 올라 고백할 게 하나 있다
네 사랑은 변함없이 수천 년을 이었는데
철부지 우리 민족은 두 갈래로 갈렸단다


오가지 아니하는 원수처럼 갈라서서
네 얼굴 보는 것도 남의 땅을 빌려 오고
그나마 아름다운 너를 절반 밖에 못 본단다

이렇게 널 찾아온 내 모습이 부끄럽다
다음에 찾아올 땐 우리 민족 철들어서
웃으며 평양 땅 거쳐 당당하게 찾아오마

나 오늘 널 만나고 이렇게 돌아가면
어느 때 다시 올지 그 날이 기약 없다
살아서 다시 못 만나면 죽어서도 널 찾으마

석양이 붉게 울며 이별을 재촉한다
장군봉(將軍峰) 맴을 도는 까막까치 함께 울고
아득히 푸른 천지(天地)가 내 눈물처럼 시리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꺼비가 된 월궁 항아님 /권숙희  (0) 2022.03.25
백두산에 올라 / 황봉학  (0) 2022.03.20
달밤 / 이호우  (0) 2022.03.16
내 마음이 있습니다 / 정완영  (0) 2022.03.09
[스크랩]우포 여자 / 권갑하  (0) 2022.03.06
Posted by 시요정_니케
,

달밤 / 이호우

시조 2022. 3. 16. 09:54

달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 익은 풍경(風景)이되 달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듯

뒤지는 들과 산(山)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 들던 그날밤도

할버진 律(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조웅전: 조선 시대의 대표적 군담 소설.

율: 음악의 소리와 가락(율시, 한 시의 한 형태)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에 올라 / 황봉학  (0) 2022.03.20
(2021년)제11회 전국시조낭송대회  (0) 2022.03.20
내 마음이 있습니다 / 정완영  (0) 2022.03.09
[스크랩]우포 여자 / 권갑하  (0) 2022.03.06
염전의 하루 / 이보영  (0) 2022.03.04
Posted by 시요정_니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