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발음, 종성 첨가 현상’
■ 한국어 사전을 넘어, 한국어 교재를 넘어서...
글을 낭독하거나 시를 낭송하다 보면, 한국인의 실제 발화가 한국어 교재나 표준발음법과 서로 다를 때가 있다. 처음엔 고민스러웠지만, 전자를 택한다. 한국어 교재나 한국어 사전엔 공식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우리말엔 분명 ‘종성 첨가 현상’이 있다.
표준발음법에선 “기차(汽車)”를 [기차]로 발음하라 지시하지만, 정작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은, [기차]를 [긷차]로 발음한다. 요즘은 외국인도 흔히 쓴다는 “오빠”도 [오빠]가 아니라 [옵빠]로, 강아지 다음 서열인 “아빠”도 [아빠]가 아니라 [압빠]로, 김혜수가 찍은 영화 “타짜”도 [타짜]가 아니라 [탇짜]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코아도 [콕코아]로 발음한다. 최혜화(2020)의 ‘음성 프로그램’의 실험 결과도 그러하다.
모음과 모음 사이 자음의 경음·격음 앞의 발음에서 종성이 첨가된다. 이제 이 말을 좀 풀어보자. 그러니까 “오빠[ㅇ/ㅗ/ㅃ/ㅏ]의 초성 모음 ‘ㅗ’와 종성 모음 ‘ㅏ’사이에 중성 경음으로서 자음 [ㅃ]이 있을 때, 그럴 때 “오” 음절에 종성 받침 [ㅂ]이 첨가돼 “오빠”가 [옵빠]로 발화된다는 것이다.
한국어 음절 구조는, 초성·중성·종성으로 구분된다. “밤[ㅂ/ㅏ/ㅁ]”은 초성 자음 ‘ㅂ’, 중성 모음 ‘ㅏ’, 받침으로 쓰인 종성 자음 ‘ㅁ’으로 나뉜다. 한국어의 특징이 이러해서 외국인은, 한국어 종성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다. 만일 그대가 외국인이라면 이 ‘종성 첨가 현상’을 이해하고 노력할 때, 한국인과 같이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넉넉히 구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인이라도 더욱 더 자연스러운 발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아는 만큼 들린다’. 들려야 비로소 익힐 수 있다.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는 앵커ㆍ성우ㆍ배우가 더욱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면, 그 덕이 넘쳐 우리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종성 첨가 현상’에 대한 예를 몇 가지 든다. 앞엣것이 실제 발화다.
“눈물이 나면 긷차[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선암사>, 1연 1행).
“긷차[기차]는 예서 떠났다/ 어리석었던 황제의 뒤늦은 밀서 한 장 든/ 이준과 이상설을 태우고” (채광석,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서>, 1연).
“우리 옵빠[오빠] 화로” (임화, <우리 오빠 화로>, 제목).
“아버지도 아니고 옵빠[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문정희, <남편>, 1연 1~2행).
“압빠[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3연 4행).
“엄마도 [압빠]아빠도 없이/ 온종일 살구꽃으로 흩날린” (육근상, <만개>, 3연 1~2행).
“너는 지금 콕코아[코코아] 한 잔을 바라보고 있어” (배수연, <코코아>, 1연).
한국어 교재와 표준발음법이 바뀌어 '학교의 지식'이 되기 전에라도 우리는 실제의 발음으로 고고~!^^*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2u7S5b7WR3MgJM7UZJG2uqCGLSoLRVRJskyyqkcxa6pzvzG7xgWGZUutfRfqcibRjl&id=100054589251893&mibextid=Nif5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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