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장단의 특별한 예외 한 가지]
일반적으로 “나는”을 [나는]으로 발음한다. 그러나 “나는”은, [나ː는]으로 일인칭 대명사 ‘나’를 장음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리고 보조사 ‘는’은, 단음으로 발음한다. 그러니까 “나는”을 구음으로 말하면, “땅디”의 느낌으로 발화한다. 그 길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땅(=나)”을 ‘1분음표’, “디(=는)”를 ‘8분음표’쯤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말 고저장단의 규칙에서 아주 드문 예외적 사례다. 왜 그럴까.
일인칭 대명사 “나”는, 실은 장음이 아니다. 평성으로 단음인 것이다. 그리고 보조사 ‘은/는’은 ‘측성성 조사’로 장음이다. 그러므로 “나는”은, ‘단+장’의 구조다. 이 말은 [나는ː]으로 읽어야 하지만, 우리 문법에서는 둘째 음절의 장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저 [나는]으로 발음한다.
그러나 현실의 생생한 언어에서, 단음은 장음 앞에서 돌연 더 짧아지고 높아지는 평고조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단+장’의 구조에서는, 앞 음절 ‘나’를 더욱 짧게 극단음으로 발음하고, 둘째 음절의 장음은 그 음가 그대로 길게 발음하는 것이 한국인의 실제 발음이다. 이 규칙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그러나
그런데, 단 한 가지. 오로지 "나는"과 "나를"에서는 달라진다. ‘나’ 뒤에 놓이는 보조사 ‘는’과 '나' 뒤에 목적격 조사 ‘를’의 경우는 예외다. 손종섭(2016, p158)에 따르면, 이때 단음 ‘나’가 장음화된다. 따라서 “나는”은 ‘장+장’의 구조가 된다. 장장의 구조에선 첫음절의 장음만 장음으로 발음되고, 둘째 음절의 장음은 단음화 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장+단’의 구조가 되어 “나는”은 [나ː는]으로, “나를”은 [나ː를]이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나(我)’에 보조사 ‘는’과 목적격 조사 ‘를’이 결합하는 경우에만 그러하다. 그외의 조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장음은 길게만 읽는 것이 아니다. 장음은 낮은 소리다. 낮은 건 묵직한 것이다. 낮다고 약한 건 아니다. 낮다는 건 ‘높낮이’다. 강약의 세기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단음 또한 짧고 동시에 높은 소리다. 높은 건 가벼운 것이다. 말의 성질과 특징에 따라 발음하면 된다. 낭송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없다.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그 성질과 특징 그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간혹 이렇게 예외는 있다.
'장+단(=땅디)' 구조로 읽어보자. 문장 전체의 통사적 운율이 살아날 수 있다.
"나는 이제 떠난다."
"나를 떠나지 마오."
"나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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