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사진관집 이층 /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한밤에도 덜커덩덜커덩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관에서

낙타와 고래를 동무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무 때나 나와 기차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갈 수 있는.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그 먼 곳에 갈 수 있는.

어렸을 때 나는 역전 그 이층에 하숙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꿈이 이루어져 비행기를 타고

사막도 바다도 다녀봤지만, 나는 지금 다시

그 삐걱대는 다락방에 가 머물고 싶다.

아주 먼 데서 찾아왔을 그 사람과 함께 누워서

덜컹대는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 소리를 듣고 싶다.

낙타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

 

다락방을 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싶다.

그 사람이 날 찾아온 길을 되짚어가면서

어두운 그늘에도 젖고 눈부신 햇살도 쬐고 싶다.

그 사람의 지난 세월 속에 들어가

젖은 머리칼에 어른대는 달빛을 보고 싶다.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날을

다시 그 삐걱대는 사진관집 이층에 가 머물고 싶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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