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두꺼비 #도교설화 #가사동화
두꺼비가 된 월궁 항아님 /권숙희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야
요임금이 다스리던 평화로운 시대였지
지혜로운 임금님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모두 미리 눈치채고 해결을 해주었대.
기름진 땅 위에는 때맞춰 비가 오니
해마다 풍년들어 먹을 것이 넉넉했지.
걱정 없는 백성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사이좋게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큰일이 생겼단다.
갑자기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떴어.
온 세상이 뜨거워서 난리가 났지
지구상에 있던 물이 다 증발해 버렸어.
냇물과 강물은 바짝 말라 버리고
연못물도 말라서 바닥이 쩍쩍 갈라졌대.
물고기와 수초들도 다 말라 죽었지.
풀과 곡식들이 모두 다 타서 죽고
나무들도 메말라서 열매를 못 맺었대.
들짐승과 가축들도 목이 말라 죽어가니
사람들의 고통이야 너무나도 뻔하지
백성들이 죽어가자 임금님은 애가 탔어.
하늘나라에 예라는 젊은이가 있었지.
용감한 예는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어.
무엇을 향하든 목표물을 겨누어서
시위를 당기면 백발백중이었대.
요임금이 하늘나라 예에게 연락했어.
‘뛰어난 활 솜씨로 태양을 쏴 달라.’고
임금님은 정중하고 간절하게 부탁했지.
예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름답기로 으뜸가는 하늘나라 항아님이지
밝은 밤에 항아님이 달구경을 나오면
물에 비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달이 부끄러워서 숨어버릴 지경이야.
아름다운 아내와 떨어질 수 없는 예는
아내를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왔어.
인간 세상은 정말 불타는 지옥 같았지.
예는 순식간에 활과 화살을 꺼내어
하늘에서 빛나는 해를 향해 쏘았어.
심장에 화살 맞은 아홉 마리 까마귀가
금빛 날개를 퍼덕이며 땅 위로 떨어졌어.
하느님의 아홉 아들이 까마귀로 변신해서
한꺼번에 이글이글 빛을 내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까마귀는 태양의 정령이었어.
마지막에 홀로 남은 붉은 태양 하나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
화살을 하나 더 뽑아 쏘려고 하는 순간
임금님이 얼른 예의 화살을 숨겼어.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지 뭐야.
마지막 하나 남은 해마저 쏘았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암흑천지가 됐을 거야.
아홉 아들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하느님은
화가 나서 하늘 문을 꽁꽁 잠가 버렸대.
결국 인간 세상에 살게 된 예는
오직 하늘나라 백성들만의 몫인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게 됐어.
남편이 하느님의 미움을 받았으니
항아님도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지
두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싶어서
인간 세상을 자세히 수소문 해 보았어.
서쪽으로 아득히 멀리멀리 가다 보면
신선들만 사는 곳인 곤륜산이 있는데
곤륜산의 주인인 으뜸 여신 서왕모는
영원히 죽지 않고 선녀들과 살고 있대.
서왕모가 살고 있는 신비한 궁전에는
삼천 년에 하나씩만 열매가 열리는
신기한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
누구든지 그 복숭아를 한 개만 따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신비한 복숭아야
사람들은 그 복숭아를 천도라고 불렀어.
용감한 예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곤륜산까지 가서 서왕모의 환심을 사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천도를 구해왔어.
긴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온 예는
항아님의 무릎을 베고 누웠어.
신비한 천도를 품속에서 꺼내 보이며
곤륜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했어.
긴 여행 중에 겪은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지친 나머지 코를 골기 시작했어.
잠든 예를 바라보던 항아님이 생각했어.
‘나도 정말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어.
인간 세상에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닌데
당신 따라 내려왔다 이게 무슨 고생이지
신비한 복숭아는 오직 하나뿐인데
당신이 영원히 살고 내가 죽어?
내가 영원히 살고 당신이 죽어?
에라 모르겠다, 천도는 내가 먹을래.’
항아님은 살며시 남편을 내려놓고
숨겨 두었던 날개옷을 꺼내 입었어.
잠든 남편 손에 들린 천도를 몰래 들고
달나라를 향해서 잽싸게 도망쳤대.
날개옷 스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예는
천도가 없어져서 깜짝 놀라 둘러보니
항아님이 천도를 들고 저 멀리 날아가네
너무나도 화가 나서 달을 향해 활을 쐈지
힘껏 활을 쏘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가서
예가 쏜 화살은 항아님께 닿지 못했대.
화가 난 예는 마구 저주를 퍼부었어.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사악한 여편네야
징그럽고 못생긴 두꺼비로 변하여라.”
연달아 세 번이나 주문을 외었지
천도를 몰래 들고 도망간 항아님은
저주받은 징그러운 두꺼비의 모습으로
달나라 궁전에서 영원히 살게 됐지.
방아 찧는 토끼가 달나라에 살기 전에
두꺼비로 변신한 항아님이 살았으니
그 뒤로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에게
‘월궁항아 같다.’는 말을 한단다.
* 달나라에 두꺼비가 산다는 도교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4.4조의 가사운율을 활용하여 어린이들이 읽기 쉬운 동화로 엮었습니다.
ㅡ표준발음법ㅡ
넉넉했지[넝너캗찌]18항
정령[정녕]19항
곤륜산[골륜산]20항
놓는[논는]12항
[단음] 먼, 신선, 모두, 미리, 생명
[장음] 길:다, 긴:, 다:, 멀:리, 해:결, 애:타다, 주:문, 저:주, 살:다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OaBpEFk2__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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