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올라 / 황봉학


내 조국 내 겨레가 이렇게 따뜻한 것은
비바람 막아 주는 네가 있기 때문이구나
하얗게 눈(雪)으로 덮인 네 모습이 늠름하다

내 산야 내 동포가 이렇게 풍요로운 것은
푸른 물 곱게 모아 젖줄을 만들어서
꿋꿋한 우리의 땅에 피를 돌게 함이구나

우리의 마음들이 티 없이 맑은 것은
네 허리 감돌아서 정갈해진 바람들이
하루도 변하지 않고 불어주기 때문이다

나 오늘 여기 올라 고백할 게 하나 있다
네 사랑은 변함없이 수천 년을 이었는데
철부지 우리 민족은 두 갈래로 갈렸단다


오가지 아니하는 원수처럼 갈라서서
네 얼굴 보는 것도 남의 땅을 빌려 오고
그나마 아름다운 너를 절반 밖에 못 본단다

이렇게 널 찾아온 내 모습이 부끄럽다
다음에 찾아올 땐 우리 민족 철들어서
웃으며 평양 땅 거쳐 당당하게 찾아오마

나 오늘 널 만나고 이렇게 돌아가면
어느 때 다시 올지 그 날이 기약 없다
살아서 다시 못 만나면 죽어서도 널 찾으마

석양이 붉게 울며 이별을 재촉한다
장군봉(將軍峰) 맴을 도는 까막까치 함께 울고
아득히 푸른 천지(天地)가 내 눈물처럼 시리다.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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