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장음] ― ‘복합어에서 비어두(非語頭)의 장음’

‘단일어’에서 두 음절이 모두 장음일 때, 첫음절만 장음이 실현되고, 둘째 음절의 장음은 단음화된다. 그러나 ‘복합어’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차재은(2011)의 「<큰사전> 고유어 복합어의 음장」(225면)에 따르면, 복합어에서는 첫음절이 아니라도 장음이 실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말(語)”은 장음이다. “[말ː]/말소리[말ː-쏘리]”처럼 당연히 첫음절 ‘말’이 길게 발음된다. 그리고 “거센말”은 [거센-말]처럼 셋째 음절의 장음 ‘말’에서의 장음은 단음화된다. 이처럼 “[겹말]/[글말]/[높임말]/[머리말]/[흉내말]/[표준말]”은, 모두 장음이 실현되지 않아 단음으로 발음된다. 또 “[거ː-짓말]/[군ː-말]/[두ː-말]/[빈ː-말]/[속ː-말]/[준ː-말]”처럼 비어두(非語頭)에서 장음 ‘말’은, 장음으로 실현되지 않고, 단음화된다.

그러나 “[딴-말ː]/[별-말ː]/[잔-말ː]/[참말ː]은, 비어두에서도 장음이 실현된다. 그리고 ”[낱ː-말ː]/[뒷ː-말ː]/[센ː-말ː]처럼 첫음절과 둘째 음절에서 모두 장음이 실현되기도 한다. 이것이 단일어와 복합어의 차이이자, 복합어의 특징이다. 논문에서 발표된 학문적 성과가 책이나 혹은 학교의 지식이 되는 건, 하세월이다. ‘복합어 명사로서의 참말’과 ‘복합어 부사로서의 참말’ 사례로 실제의 발화에 가까운 발음을 해보자. 한 가지 더. 장음 뒤의 음절은, 제 음절의 원래 길이보다 조금. 더 짧아진다. 그것이 실제의 발화다.

<명사 복합어 ‘참말’>

참말 [참-말ː] ¶“사실과 조금도 틀림이 없는 말. 겉으로 내비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자신의 말을 강조할 때 쓰는 말.”

① “‘참-말ː[참말]’이다, 춘향이 일편단심을 생각해 보아라/ 꿈속엔 훌륭한 꽃동산이 온전히 제 것이 되었을 그것이다.” (박재삼, 「화상보(華想譜)」, 2연 첫째, 둘째 문장).

② “‘참-말ː[참말]’이라고/ 이것 보라고/ 제가 저를 믿으려고 셔터를 눌러댔다” (이향아, 「사진이나 찍었다」, 단언 5~7행).

③ “‘참-말ː[참말]’이지, 문디 인간/ 더럽게 불쌍하다/ 이혼은 또 물 건너갔다” (천지경, 「이부자리 밑에서」, 단연 13~15행).

④ “‘참-말ː[참말]’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때/ 빨간 거짓말은 그물망을 펼쳐 나를 받아내네” (조미희, 「빨간 거짓말을 사랑했네」, 3연 1~2행).

⑤ “햇빛의 ‘참-말ː[참말]’을 받아쓰는 나무며 풀, 꽃들을 보며/ 나이 오십에 나도 받아쓰기 공부를 다시 한다” (임영석, 「받아쓰기」, 단연 2~4행).

⑥ “목젖에 걸린 이 ‘참-말ː[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유안진, 「황홀한 거짓말」, 5연 1~2행).

⑦ “낙엽이 질 때쯤이면/ ‘참-말ː[참말]’인 듯 거짓말인 듯” (김기만, 「사진첩에 꽂아 둔 계절」, 5연 1~2행).

⑧ “겨울꽃보다도 아픈 사연으로 핀다는 말이/ 진실로 ‘참-말ː[참말]’임을 알게 됩니다” (김인육, 「시인 따라 걷기」, 1연 6~7행).

  <부사 복합어 ‘참말’>

참말 [참-말ː] ¶“사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과연.”

① “‘참-말ː[참말]’ 독하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꽃을 피웠다. 손에 얹힌 무, 몸집보다 가볍다” (마경덕, 「무꽃 피다」, 2연 3행).

② “불처럼. ‘참-말ː[참말]’ 불처럼 일던 그 목마르심,/ 오상(五傷) 받고 아직도/ 우주만치 남던 자비여/ 오 오 주여” (김남조, 「막달라 마리아·1」, 6연 1~5행).

③ “한 번쯤/ ‘참-말ː[참말]’ 한 번쯤/ 새벽 첫 두레박 속 샘물 같은/ 정한 그대 앞에 앉자 보고픈 마음” (김여정, 「가을밤의 외출」, 1연 1~6행).

④ “그리기도 그리운, ‘참-말ː[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 속에 속 모를 곳에/ 늘 그리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김소월, 「맘속의 사람」, 1연 2~4행).

⑤ “가을밤/ 어쩌다가 ‘참-말ː[참말]’ 어쩌다가/ 밤거리에 나서면/ 한 십 년 만에 만난 옛친구처럼/ 손을 잡아 흔드는/ 고절감(孤節感)” (김여정, 「가을밤의 외출」, 1연 1~6행).

⑥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ː[참말]’ 오줌지릴 번 했시야” (정민경, 「그날」, 3연 첫째, 둘째 문장).

⑦ “진눈깨비 속을/ 웅크려 헤쳐나가며 작업시간에/ 가끔 이렇게 일 보러 나오면/ ‘참-말ː[참말]’ 좋겠다고 웃음 나누며/ 우리는 동회로 들어선다” (박노해, 「지문을 부른다」, 1연 1~5행).


출처
https://url.kr/psr2av

Posted by 시요정_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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