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 놓친 장음] ― ‘널 판(版)’
‘장/단음’ 판단 근거는, 실은 아주 간단합니다. ‘고유어’나 ‘우리말 한자어’나 모두 ‘상성·거성’이면 장음이고, 평성이면 단음입니다. 다만 ‘상성·거성’인지, ‘평성’인지를 찾아내는 일이 무척 번거롭고 성가신 일입니다. 게다가 ‘평성화한 상성·거성’까지 있으니, 이를 일일이 밝히는 일은 참으로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이긴 합니다.
‘널 판(版)’은 상성(上聲)입니다. 상성은, 거성(去聲)보다 더 긴소리입니다. 그런데 여러 『국어사전』은 물론 『표준한국어발음사전』에까지 장음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상성이 가장 긴소리인 장음인데, 단음으로 발음하라고 지시합니다. 게다가 이 글자는 ‘평성화된 상성의 목록’에도 오른 바 없습니다. 최한룡은 이를 오류라고 합니다.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나무/금속/돌 등의 판에 그림을 새겨, 그 판에 먹이나 물감으로 채색을 하고 종이나 천 따위에 찍어 낸 그림’을 판화라고 하지요. 사전에 이 “판화(版畫)”를 [판화]라고 단음으로 발음하라고 하지만, [판ː화]처럼 ‘판’을 장음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널 판(版)’은 상성이니까요. 둘째 음절 ‘그림 화(畵)’는, 거성으로 역시 장음입니다. 그러나 장음 뒤의 장음은, 단음화되는 원칙에 따라 짧게 발음합니다. 이는, 낭송가뿐 아니라, ‘배우/성우/아나’ 그리고 국어 선생님들께서 사전이 수정되기 전이라도 앞장서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저작물을 인쇄·발행하는 권리라는 뜻’의 “판권(板權)”도 [판권]이 아니고, [판ː권]처럼 발음해야 합니다. 그리고 판목에 새겨 인쇄한 책이라는 “판본(板本)” 역시 [판본]이 아니라, [판ː본]이라 발음해야 합니다.
그리고 ‘널빤지 판(板)’도 상성입니다. 따라서 "판자(板子)"도 사전이 지시하는 대로 [판자]가 아니라, [판ː자]로 발음해야 하고, "판잣집"도 [판ː잗(자)찝]으로 발음합니다.
한 글자의 오류가 여러 단어의 오류로 이어집니다. 일일이 대조해보아야 할 일입니다.
[판화] (×) / [판ː화] (0)
[판권] (×) / [판ː꿘] (0)
[판본] (×) / [판ː본] (0)
[판자] (×) / [판ː자] (0)
[판잣집] (×) / [판ː잗찝] (0)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vNRTKUJV9a5KP9AgL4LVDUWWVZNiQudsugdnHr7CWa8ArDCrFFp7VMsBGWZDwN3Al&id=100054589251893&mibextid=Nif5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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