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ㅡ '우주의 리듬'
우리는 이제 곧 "가을이라는데, 왜 이리 덥지~?!"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봄이 오기 전 더 춥고, 봄에 꽃샘추위 없이 지나가는 일도 없습니다. 날이 밝기 전에 오히려 더 캄캄해집니다.
이러한 자연 현상을 '구조적 지연'이라 하고, 동서양의 음악에서도 이를 '구조적 강박'이라 한답니다. 교향곡에서도 절정 바로 전에 지연되는 리듬이 반복되고, 우리 가락에서도 역시 그런답니다. 특히 시조에서 종장의 둘째 마디가 예외없이 길어집니다. 음절수가 많아질 뿐 아니라 당연히 마디의 길이도 길어지죠. 구조적 지연이라는 자연 현상을 닮은 구조적 강박이라는 리듬이랍니다.
저 '구조적 지연'으로 가을의 첫 절기 '입추'까지는 내내 한여름처럼 덥겠지요. 아침 저녁의 선선함만 없으면 여름처럼 덥습니다. 그러나 덥다고 가을이 아닌 건 아니죠. 입추 지나 처서 오면 가을이 좀 더 느껴집니다.
처서는 "하늘에선 뭉게구름을 타고 오고,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온다"는 옛말이 있는데, 정말이지 처서 때엔 하늘에 뭉게구름이 참 많이도 나타납니다. 주로 저운층으로 아주 낮게 뜬 구름이라서 폴짝 뛰어올라 잡아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풀숲에 풀벌레 소리며, 지하실 귀뚜라미 울음 소리도 들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서 때가 참 좋습니다. 처서를 앞둔 입추도 좋고요.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2h64cZ3DRJsFbr2wdWoXHiMXHZvqZXsariLp3Hi1Ka26iAwaPkJNoNmvyUa3qTfznl&id=100054589251893&mibextid=Nif5oz
'김진규 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궁리하는 시낭송, 시낭송의 새 지평 (0) | 2023.09.11 |
---|---|
[김진규의 오늘 읽은 시] ㅡ '류기택의 벽화' (6) | 2023.08.19 |
[소소한 단상] ― ‘사전이 놓친 우리말 장단’ (0) | 2023.08.05 |
[실험詩] ― ‘omnibus 혹은 혼합의 연형(連形)시조’ (0) | 2023.07.31 |
[사전이 놓친 장음] ― ‘널 판(版)’ (0) | 2023.07.22 |